100회 채운‘골방 음악회’또다른 시작
2019년 02월 14일(목) 00:00 가가
‘바닥 프로젝트’ 10년째 대인시장·카페 등서 매달 공연
지역 음악인들과 정기 공연·음반 작업 프로젝트 계획
지역 음악인들과 정기 공연·음반 작업 프로젝트 계획
광주서 100번 동안 ‘골방음악회’를 열어온 바닥프로젝트는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이웃처럼 한결같이 관객 곁을 지켜왔다.
한겨울의 추위를 실감케 한 지난달 26일 저녁 광주 동명동의 한 카페 ‘반틈’.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한 남자는 관객에게 대접할 떡국을 끓이고 다른 두 남자는 난로를 사이에 두고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안부를 묻는다. 이날 100번째 ‘골방음악회’를 연 3인조 거리공연팀 ‘바닥 프로젝트’의 일상이다.
임웅(보컬·어쿠스틱기타), 김영훈(보컬·우쿨렐레), 김현무(대피리·퍼커션)가 지난 2010년 결성한 ‘바닥 프로젝트’는 “딱 100번 공연해보자”며 매달 공연을 열어왔다. 8년 4개월, 햇수로 치면 10년째다.
스무평 남짓한 공간에 빼곡이 찬 50명 관중의 코앞 거리에서 이들은 마이크 없이 이야기를 읊조리듯 공연을 시작했다. ‘이날 김원중·센치한 버스·원보틀·김거봉·스타카토 리퍼블릭 등 지역 음악인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100회 진행을 맡은 ‘악사 대장’ 임웅(42)씨는 곡 사이 사이 음악회를 찾은 특별한 손님들을 일일이 호명했다. 적어도 70번은 ‘출석체크’했다는 열혈 관객과 지금은 추억이 된 문화카페 카시오페아의 운영자 김재원씨도 서울서 발걸음을 했다. 왕년의 5인조 바닥 프로젝트의 원년 멤버인 2명도 깜짝 등장했다. 누구에게나 열린 ‘골방음악회’는 이번 공연만 ‘전석 초대’로 진행됐다.
멤버 중 가장 눈물이 많다는 임씨는 “100회는 그동안 함께 무대에 선 음악인 동료들과 도움 준 이들과 함께 소소하게 보내고 싶었다” 며 “마지막 공연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오히려 99번째를 더 특별하게 치렀다”고 말했다.
바닥 프로젝트는 지난 연말 광주음악산업진흥센터 녹음실 부스에서 99번째 음악회를 동료 뮤지션과 함께 열고 실황 음반 ‘비디피 특별한 협업집’도 냈다.
100회 첫 곡은 대인시장을 노래한 ‘우리들 여기모여’로 문을 열었다. 바닥 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 ‘대인예술시장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하며 시장에서 운영한 ‘음악사랑방 다락’에서 첫 골방음악회를 시작했다.
‘우리는 대인시장에 있어요… /삶의 냄새 물씬 풍기는 좁은 시장 거리에서 /물건을 팔며 마음을 나누며 우린 살아요’
바닥 프로젝트의 대인시장 사랑은 노래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지난 2014년 이들이 낸 정규 1집에는 30년 넘게 시장국밥집을 열어온 상인의 마음을 담은 ‘나 이곳에서’와 ‘시장에 가면’, ‘홍어송’ 등이 수록돼 있다.
“버스킹 할 때 저희의 첫 고정 관객은 대인시장 어머니들이었어요. 고사리를 뜯거나 생선 손질하던 어머니들이 노래를 듣고 점차 흥을 얻어 덩실거리며 춤까지 추시더라고요. 덕분에 용기를 얻어 트로트에도 입문하게 됐어요.”
선글라스 쓴 모습이 매력적인 김영훈(41)씨는 이따금 공연 도중 소리를 지르는 이유를 “너무 떨려서”라고 고백을 하기도 했다.
“제 별명이 왜 ‘빠다’(VADA)인지 아세요? 지금은 넉살 좋게 농담도 던지지만 예전에는 하도 긴장되서 공연 전에 주문을 걸기까지 했어요. 내성적인 모습을 감추려고 말끝마다 어색한 손짓을 한 게 누군가에게는 느끼하게 느껴졌나 봐요. 거리에 나선지 십 수 년이 지났지만 아직 선글라스는 포기하지 못했어요.”
마냥 유쾌해 보이기만 하는 이들에게도 아픈 날들이 있었다. 버스킹이 생소한 시절 대학가나 시내 한복판에서 쫓겨난 아픔은 ‘쫓겨났네’라는 노래로 승화했다. 골방음악회 역시 3번 이사를 했고 지난 2017년 5월 ‘반틈’이 문을 열면서 새로운 아지트를 마련했다.
“바닥 프로젝트는 말 그래도 어느 바닥이나 무대로 만들자는 다짐으로 만들어졌어요. 바닥에 깔려있는 모든 이야기를 노래하자는 약속도 담겼죠. 바닥프로젝트가 ‘다락’이나 ‘골방’과 같은 숨은 공간을 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공연 중반까지도 침묵을 지켰던 막내 김현무(39)씨는 그동안 담아왔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20대에 공연을 시작해서 눈 깜짝할 새 마흔을 바라보게 됐네요. 골방음악회는 100번이라는 목표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형들과 함께 음악적으로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제 앨범도 세상에 나올 수 있었어요. 함께 한 멤버와 관객·동료에게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100회로 마무리 짓는 골방음악회는 다락 프로젝트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이들은 뜻 맞는 지역 음악인들과 정기적인 합동 공연을 열 계획이다. 또 올 상반기 발표 계획인 신보 작업에 전념하기로 했다. 바닥 프로젝트의 행보는 인터넷 카페(cafe.naver.com/badakproject)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한 남자는 관객에게 대접할 떡국을 끓이고 다른 두 남자는 난로를 사이에 두고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안부를 묻는다. 이날 100번째 ‘골방음악회’를 연 3인조 거리공연팀 ‘바닥 프로젝트’의 일상이다.
임웅(보컬·어쿠스틱기타), 김영훈(보컬·우쿨렐레), 김현무(대피리·퍼커션)가 지난 2010년 결성한 ‘바닥 프로젝트’는 “딱 100번 공연해보자”며 매달 공연을 열어왔다. 8년 4개월, 햇수로 치면 10년째다.
바닥 프로젝트는 지난 연말 광주음악산업진흥센터 녹음실 부스에서 99번째 음악회를 동료 뮤지션과 함께 열고 실황 음반 ‘비디피 특별한 협업집’도 냈다.
‘우리는 대인시장에 있어요… /삶의 냄새 물씬 풍기는 좁은 시장 거리에서 /물건을 팔며 마음을 나누며 우린 살아요’
바닥 프로젝트의 대인시장 사랑은 노래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지난 2014년 이들이 낸 정규 1집에는 30년 넘게 시장국밥집을 열어온 상인의 마음을 담은 ‘나 이곳에서’와 ‘시장에 가면’, ‘홍어송’ 등이 수록돼 있다.
“버스킹 할 때 저희의 첫 고정 관객은 대인시장 어머니들이었어요. 고사리를 뜯거나 생선 손질하던 어머니들이 노래를 듣고 점차 흥을 얻어 덩실거리며 춤까지 추시더라고요. 덕분에 용기를 얻어 트로트에도 입문하게 됐어요.”
선글라스 쓴 모습이 매력적인 김영훈(41)씨는 이따금 공연 도중 소리를 지르는 이유를 “너무 떨려서”라고 고백을 하기도 했다.
“제 별명이 왜 ‘빠다’(VADA)인지 아세요? 지금은 넉살 좋게 농담도 던지지만 예전에는 하도 긴장되서 공연 전에 주문을 걸기까지 했어요. 내성적인 모습을 감추려고 말끝마다 어색한 손짓을 한 게 누군가에게는 느끼하게 느껴졌나 봐요. 거리에 나선지 십 수 년이 지났지만 아직 선글라스는 포기하지 못했어요.”
마냥 유쾌해 보이기만 하는 이들에게도 아픈 날들이 있었다. 버스킹이 생소한 시절 대학가나 시내 한복판에서 쫓겨난 아픔은 ‘쫓겨났네’라는 노래로 승화했다. 골방음악회 역시 3번 이사를 했고 지난 2017년 5월 ‘반틈’이 문을 열면서 새로운 아지트를 마련했다.
“바닥 프로젝트는 말 그래도 어느 바닥이나 무대로 만들자는 다짐으로 만들어졌어요. 바닥에 깔려있는 모든 이야기를 노래하자는 약속도 담겼죠. 바닥프로젝트가 ‘다락’이나 ‘골방’과 같은 숨은 공간을 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공연 중반까지도 침묵을 지켰던 막내 김현무(39)씨는 그동안 담아왔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20대에 공연을 시작해서 눈 깜짝할 새 마흔을 바라보게 됐네요. 골방음악회는 100번이라는 목표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형들과 함께 음악적으로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제 앨범도 세상에 나올 수 있었어요. 함께 한 멤버와 관객·동료에게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100회로 마무리 짓는 골방음악회는 다락 프로젝트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이들은 뜻 맞는 지역 음악인들과 정기적인 합동 공연을 열 계획이다. 또 올 상반기 발표 계획인 신보 작업에 전념하기로 했다. 바닥 프로젝트의 행보는 인터넷 카페(cafe.naver.com/badakproject)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