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월 대보름에 진행됐던 덕흥마을 당산제 장면. <덕흥마을 당산제 추진위원회 제공>

당산제(堂山祭)는 예로부터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지역의 의례다. 당제, 산제라고도 불리는 이 행사는 음력 정월 대보름이나 정초에 지낸다. 전통 농경의 풍습이 남아 있는 마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세시풍속의 의미도 담겨 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공동체성을 구현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정월 보름을 계기로 광주에서 당산제가 열리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유덕동 덕흥마을 당산제추진위원회와 서구문화원은 오는 17일(오후 3시) 덕흥공원 느티나무(수령 400여년·덕흥동 454번지) 앞에서 당산제를 지낸다고 밝혔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옛 덕흥(德興)마을의 정취와 세시풍속을 재현해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유덕동주민자치위원회와 통장단협의회, 극락초교총동문회가 후원한다.

문헌에 따르면 덕흥마을에 있는 덕산(德山)은 우리 근대사의 아픔이 배어 있는 곳이다. 덕산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나주성을 공격하던 농민군이 관군에 패해 광주와 인근 지역으로 후퇴하면서 잠시 머물렀던 곳이다.

산이라고 부르기에는 야트막한 이곳은 앞으로는 극락강이 있고 주위로는 평야가 펼쳐져 있다. 물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인근에 공장과 크고 작은 건물이 들어선 탓에 옛 모습은 많이 자취를 감췄지만 전통 농경마을의 내력이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극락강을 앞에 두고 자리한 터라 옛 정취가 남아 있다.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덕흥마을은 원래는 광산군 덕산면에 속해있었지만 광주시에 편입되면서 덕흥동이 됐다.

17일 당산제는 수호목인 느티나무 주위에서 열린다. 원래 이곳 주민들은 240여년 전부터 당산제를 지내왔지만 20여년 전부터 제를 지낼 사람들이 없어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정월대보름 때 서구문화원이 중심이 돼 덕흥당산제가 복원된 이후 올해로 두 번째 행사를 갖는다. 이곳 주민들과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당산나무는 마을의 유래는 물론 외경심을 갖게 하는 노거수로 다가온다.

올해 당산제는 식전행사와 의식행사, 본행사, 식후행사로 나뉘어 진행된다. 특히 이번 당산제는 전통과 풍물, 공연 등 문화적 행사로 치러질 예정이다.

먼저 식전행사는 풍물패길놀이, 공연, 깡통불꽃놀이, 소원지 작성, 게첩(소원 적은 종이 붙임)이 펼쳐진다.

이어 의식행사에는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서대석 서구청장, 정순례 광주시의원 등이 참석해 인사말을 할 예정이다. 또한 유촌, 치평, 평촌, 동천마을 인근 주민들도 참여한다.

본행사인 당산제는 진설, 초헌, 독축, 재배,메올리기, 아헌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식후행사로는 소원지탑(달집) 태우기, 풍물패공연, 오곡음식 나눔행사가 예정돼 있다.

당산제추진위 관계자는 “우리마을은 무등산에 올라 바라보면 광주시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곳이다. 도심에 이런 전통문화를 지닌 마을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라며 “현재 주민들은 이번 당산제를 위해 꽹과리를 배우고 호롱불도 직접 만들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의 010-3603-4886, 010-6688-1426.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