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괴짜 행보로도 유명하다. 다섯 살 때 야구장에 버려진 빈병을 주운 뒤 이를 팔아 돈을 벌었을 정도로 경제관념이 남달랐다. 20대에는 조지 소로스와 글로벌 투자사인 퀀텀펀드를 설립해 10여 년간 누적 수익률 4200%를 올렸다. 하지만 그는 37세에 ‘나는 퀀텀펀드로 자유를 샀다’며 은퇴를 선언하고 세계 일주를 떠났다.

짐 로저스는 세 개의 기네스북 등재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두 개가 세계 일주 관련이다. 첫 번째는 오토바이로 22개월간 16만㎞를 달려 6대륙 52개국을 여행한 것이다. 두 번째는 아내와 승용차로 116개 나라와 전 세계 30개의 내전 지역 중 절반을 거치며 24만5000㎞를 달린 것이다. 세계 일주는 그에게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투자의 연속이었다.

그는 여행국에서 세 가지 조건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우선 국경 통과 시 뇌물을 요구하는지, 통관 절차는 얼마나 까다로운지로 그 나라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판단했다. 또 암시장이 없고 도로 사정이 좋으면 모든 일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나라로 판단했다. 그는 이런 판단으로 아프리카 소국 보츠와나 주식 시장에 투자해 큰돈을 벌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난 후 보츠와나가 112개국 중 투자 적합도 1위에 올라 그의 혜안이 입증되었다.

그는 일찍이 투자자 중 가장 먼저 ‘21세기는 아시아, 특히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7년에는 두 딸을 데리고 뉴욕을 떠나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최근 북한의 변화를 지켜본 그는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는 이른바 ‘대북 투자 대박론’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북한이 개방할 경우 한반도는 20년간 가장 주목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짐 로저스가 김정은의 초청으로 조만간 북한을 방문한다고 한다. 미국 정부도 방북을 허가한 만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방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도 그를 매개로 외국 자본 유치와 경제 개방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 개방은 남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장필수 전남본부장·편집부국장 bun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