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기독병원은 호남 만세운동 본부였다
‘조선독립광주신문’ 발행 배포
광주·전남 만세 시위 참여 호소
윌슨 원장 제자 8명 적극 가담
독립운동 체포돼 옥고 치러
주도한 황상호씨만 유공자 제외
25일부터 광주기독병원 사진전
2019년 02월 11일(월) 00:00

광주기독병원(옛 제중원) 로버트 윌슨 원장(첫줄 가운데)과 당시 광주나병원 책임자인 최흥종(맨 오른쪽) 등 병원직원들의 기념촬영 사진. 1910년대에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광주기독병원 제공>

‘광주지역 만세운동을 이끈 윌슨의 제자 8인을 아시나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광주기독병원(옛 제중원)이 호남만세운동의 본부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제중원 2대 원장을 맡고 있던 로버트 윌슨(한국명 우월순)의 제자 8명이 만세운동에 적극 가담하며 독립에 대한 열기가 전남지역으로 전파되는 데 크게 기여한 기록들이 대거 확인된 것이다.

10일 광주기독병원에 따르면 1908년 취임한 윌슨 원장은 1911년 현대식 병원 건물을 신축하며 밀려드는 환자를 효율적으로 진료하기 위해 10~20대 한국인들에게 의학교육을 시켜 의료인으로 양성했다. 기록에 남아 있는 제자의 이름은 최흥종·최영욱·최경동·황상호·종주·마태·창동·박집사 등 8명이다.

윌슨 원장은 제자들에게 의학 지식을 비롯한 기독교 사상을 전달하며 평등주의를 가르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흥종 등은 서울의 3·1만세운동 이전부터 독립정신을 지역에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1919년 3월10일 일어났던 광주만세운동이 일제 경찰의 대규모 탄압으로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월슨 원장의 제자들이 두팔을 걷어 올렸다.

병원 회계역 황상호(당시 29세)는 남자간호사 홍덕주(29), 제약생 장호조(24)와 함께 병원 등사실에서 ‘조선독립광주신문’ 300부를 비밀리에 발행하고 배포해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신문사장 명의는 황씨의 별명인 ‘황송우’로 했다.

‘조선독립신문’에 영감을 받은 이 신문은 4호까지 발행됐다. 1919년 3월 11일자로 발행된 제1호는 전날 있었던 광주만세운동 상황을 자세히 기록하고 전국만세시위 소식, 고종 독살설, 미국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 주의 등 국내외 정세에 대한 소식을 알리며 만세 시위 참여를 호소했다.

신문은 사람들에 의해 목포·영암 등지로 전해지며 만세 시위의 촉진제 역할을 했다.

이들은 결국 일제에 의해 붙잡혀 황상호는 징역 3년, 나머지 2명은 각각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당시 병원 서기였던 최경동(18), 간호사 김금석(28)·김화순(여·26)·김안순(여·20) 등도 시위참석으로 징역 4월에서 8월 형을 받았다.

앞서 최흥종은 광주 만세시위를 의논하기 위해 상경했다가 파고다공원 만세시위에 참여하며 경찰에 붙잡혔다. 제중원 직원 8명이 독립운동으로 체포돼 옥고를 치른 것이다.

이는 당시 제중원 직원 규모가 20명인 점을 감안했을 때 선교사를 제외한 한국인 직원 대부분이 독립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윌슨의 제자들은 옥고를 치른 뒤 제중원으로 돌아와 의사면허를 취득해 의료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항일 민족 의식을 고취하는 등 지속적인 독립운동을 해왔고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수형자 대부분이 독립유공자로 지정됐지만, 가장 많은 형을 선고 받은 황상호만 제외돼 좌익으로 분류됐거나 후손이 확인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독병원은 지난달 말 자체적으로 제중원 출신 독립 유공자들의 행적을 추적하고, 후손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알려진 최흥종과 동생 최영욱(초대 전남지사)의 관계 외에도 최경동과 창동이 형제였고 최흥종이 최경동의 백부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경동은 1942년 여수 애양원 원장으로 근무하며 원생들에게 항일사상을 가르치다 또다시 체포돼 지역 1년 6개월형을 받고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최용수 광주기독병원장이 제중역사관에서 직원들의 항일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용수 광주기독병원장은 “제중원 직원들이 만세운동에 적극 가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근 수피아여고·숭일학교 등에 선교사들이 많이 있어 일본 경찰이 함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며 “공식적인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선교사들의 간접적 후원도 한몫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주기독병원은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기독병원 로비 제중역사관 입구에서 ‘3·1운동 과 광주 제중원’이라는 주제로 3·1운동 100주년 기념 광주기독병원 사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조선독립광주신문 사본, 윌슨 원장과 제자들 사진, 옛 제중원 모습 등을 만날 수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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