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겪은 후 문학관·인생관 확 달라졌어요”
이승철 시인 광주전남문학사 100년 ‘광주의 문학정신과…’ 발간
지역문학 한국문학운동사 관점 조명…‘광주젊은벗들’ 등 소개도
2019년 02월 11일(월) 00:00






“이 책은 문학의 본적지를 되찾아가는 여로라 할 수 있습니다. 내 탯줄을 묻은 전라도와 나를 길러준 광주에서 생성된 문학을 꼭 한번은 정리하고 싶었어요. 광주전남의 진정한 문학정신은 무엇인지, 그 영혼과 모럴을 찾고도 싶었구요.”

공주전남의 문학정신은 무엇일까. 그것은 의향으로 대변되는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정신에는 지역을 넘어 한국문학사와 상호 교섭되고 영향을 주고받는 자장이 있기 마련이다.

광주전남 근현대문학사를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한 책이 발간돼 지역 문학 출판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목포 출신 시인이자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승철 씨가 그 주인공. 이 시인이 최근 펴낸 ‘광주의 문학정신과 그 뿌리를 찾아서’(문학들)는 1920년대부터 오늘에 이기까지 100년이라는 시대적 공간 속에서 발아하고 열매를 맺은 광주전남의 근현대문학의 실체를 조명한다.

600여 페이지의 두툼한 책을 건네는 시인에게선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을 마침내 해냈다’는 뿌듯함과 아쉬움이 묻어났다. 평소 행사나 술자리에서 보았던 유쾌하고 재기 넘치는 모습과는 달랐다. 그동안 방대한 분량의 자료 조사와 이를 구슬로 꿰기 위해 사투를 벌였을 저간의 사정이 읽혀졌다.

당초 이 책은 계간 ‘문학들’(2013년 가을호~2014년 가을호)에 연재된 글이 모태가 됐다. 그는 “당시에는 잡시사 측의 기획의도와 지면관계상 언급하지 못했지만 문인들의 이야기를 육성으로 담아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문학들 송광룡 대표의 채근과 격려가 없었다면 이 책은 출간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돌이켜 보면 스무 살 때부터 문학의 길에 들어섰으니 어언 사십 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푸르던 청춘의 그 시절 저는 아름다운 서정시를 쓰고 싶었죠. 그러나 1980년 5월을 통과하면서 문학관과 인생관은 180도 다르게 변해버렸으니까요.”

그는 5월을 겪으면서 그때까지 견지했던 문학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된다. “문학은 이웃의 삶의 이야기이자 시대적 아픔을 짊어져야 한다”고 믿었던 탓이다.

원래 그의 고향은 목포 산정동 바닷가 인근이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을 서울 봉천동에서 보내고 이후 부모님(부친이 중앙일보, 한국일보 함평지국장)을 따라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러다 대학시절 광주 5월을 겪으면서 군사정권의 폭압을 겪게 된다.

그 이후 시인의 삶은 확실히 달라졌다. 그는 “지난 1982년 광주에서 ‘광주젊은벗들’을 결성해 시낭송운동과 벽시운동(벽에 시를 걸어 알림)을 전개했다”며 이후 “1984년부터 서울에서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문학작가회의’를 통해 활발한 문학운동을 펼쳤다”고 말했다.

이후 문학운동을 병행하면서 84년부터는 출판계에 뛰어든다. 출판운동은 다름 아닌 문학을 통한 민주화운동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서대문구치소 투옥이라는 억압으로 이어졌다. 문학을 매개로 한 민주화운동은 이후 인동, 황토출판사 대표를 역임하는 동안에도 여전한 삶의 모토였다.

김준태 시인은 그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김남주 시인이 췌장암으로 숨져 광주 망월동에 묻히던 날 이 시인은 작가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 시인은 “김남주 선생님! 고향에 왔어요. 이제는 어서 일어나 마음껏 울고 그리고 마음껏 논길과 밭길을 걸어보세요”라고 울부짖더라는 거였다.

이번 책에서 ‘5월시’ 동인과 ‘광주젊은벗들’ 문학운동을 집중 조명한 것은 그 때문이다. 1981년 7월 광주에서 처음 출간된 ‘5월시’ 동인지 1집의 출간에 얽힌 비화와 동인 6인(박몽구, 나종영, 이영진, 박주관, 곽재구, 김진경)의 등단과정, 2집부터 참여한 나해철, 윤재철, 최두석, 고광헌, 강영철 동인의 이야기 등도 소개한다.

중요한 것은 지역에만 매몰되지 않고 ‘한국문학’ 차원으로 확장해 거시적인 눈으로 바라봤다는 점이다. “한 시대의 문학적 출현을 가능케 한 정치사회적 배경과 원인”을 추적했다는 것이다.

또한 광주전남 근현대문학의 효시, 조운 시인이 동아일보에 발표한 최초의 시 ‘불살러주오’의 발표 시기(1921년 4월 5일)를 밝혀냈고 한국 최초 여류소설가 박화성의 등단 과정, 희곡작가 김우진과 소프라노 윤심덕의 현해탄에서의 동반자살 배경 등도 조명했다.

광주전남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든 다형 김현승 시인의 가계사와 동아일보 등단작인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 ‘어린 새벽은 우리를 찾아온다 합니다’ 발표 지면과 그 발표 시기(1935년 3월25일과 3월 27일)도 밝혀냈다.

“가급적 한국문학의 결정적 순간과 주목해야 할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비화와 에피소드 등을 많이 수록했습니다. 또한 지역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다수 문인들의 이야기도 육성으로 담아냈구요. 아무쪼록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광주문학의 새로운 일면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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