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선청년독립단은 우리 이천만 조선 민족을 대표하여 정의와 자유의 승리를 얻은 세계 만국 앞에 독립을 기성하기를 선언하노라. … 조선은 항상 우리 민족의 조선이요 한 번도 통일한 국가를 잃고 이민족의 실질적 지배를 받은 일이 없다.” 100년 전 일제의 심장부 도쿄에서 발표된 2·8 독립 선언서 내용 중 일부다.

당시 유학생들은 일본의 근대화된 모습에 놀라고 또한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민족의식만큼은 강했다. 비록 나라를 잃은 신세지만 부지런히 배워서 조선을 각성시키고 일으켜 세워 국권을 되찾자는 열망이 컸다. 유학생 학우회를 조직하고 기관지 ‘학지광’을 발행했으며 각종 행사와 웅변대회 등을 통해 민족의식을 드높이기도 했다.

1919년 2월8일 오전 10시 학생들은 독립 선언서와 결의문 그리고 민족대회 소집 청원서를 각국 대사관 등에 우송했다. 그리고 오후 2시 600여 명의 청년들은 조선청년독립단 대회를 열고 독립 선언서와 결의문을 낭독한 뒤 시내 행진을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많은 이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실행위원 11명 중 송계백은 옥사했고 최팔용은 수감 시 상한 몸을 추스르지 못해 출소 후 세상을 떴다.

일부는 상하이로 건너가 임시 정부 수립 때 합류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 출신 정광호는 독립 선언서를 가져와 국내서 호응하는 거사를 준비했고, 나주 출신 김현준은 자금 조달을 맡았다. 도쿄 유학생들의 선도적인 독립 선언과 집회는 국내외 독립운동가들을 격동시켰고 이는 20일 뒤 한반도 전역을 뒤흔든 3·1 만세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일제 강점 36년의 역사는 치열한 항일 투쟁의 역사다. 우리 선조들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줄기차게 싸웠다. 기꺼이 국경을 넘었고 죽음까지 감수하며 총을 들었으며 폭탄을 던졌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독립운동 자금, 이른바 군자금을 모아 전달했다. 그들이 있어 일제 강점기는 치욕의 시간에 그치지 않고 자랑스러운 역사가 될 수 있었다.

오늘은 2·8 독립 선언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유학 중에도 시대의 요구에 고개 돌리지 않고 목숨 바쳐 응답했던 그들의 독립 정신을 기억하자.

/유제관 편집1부장·부국장 jk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