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의 롤 모델인 포항공대(포스텍) 설립이 가능했던 것은 불굴의 의지를 지낸 두 명의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포항제철을 세운 박태준 회장과 포스텍 초대 학장을 지낸 김호길 박사다. 박 회장은 ‘교육보국’이란 철학을 바탕으로 작지만 세계적인 공대를 만들기로 마음먹고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칼텍)를 벤치마킹했다. 연구 중심 대학인 칼텍의 뛰어난 산·학·연 협조 체제를 높이 샀다.

문제는 인재를 구하는 일이었다. 1980년대 중반, 시골이나 마찬가지인 포항까지 올 인재는 거의 없었다. 이때 박 회장의 눈에 들어온 사람이 김호길 박사다. 김 박사는 세계적인 과학자로 LG그룹이 추진하던 진주 연암공전 설립 인가가 좌절되자 전두환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대한 사기 공화국’이라고 일갈한 괴짜였다.

박 회장은 ‘10고 초려’ 끝에 김 박사를 초대 학장으로 초빙했다. “포항제철 부설 포항공대가 아니라 포항공대 부설 포항제철이 될 텐데 괜찮겠느냐”며 대학 운영 전권과 함께 1400억 원이나 하는 방사광가속기를 설치해 달라는 김 박사의 요구도 흔쾌히 수용했다. 이후 두 사람은 세계적인 공대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의기투합했다. 해외에서 우수 교수진을 초빙했고 대대적인 홍보로 설립 첫해 신입생 모집에서 2.18대 1의 경쟁률에 상위 2% 이내 인재를 끌어모았다. 포스텍은 2017년 더타임스 선정 소규모 대학 평가에서 세계 3위를 차지했다. 1위인 칼텍을 바짝 추격할 정도로 세계적인 명문대 반열에 올랐다.

한전공대 부지가 나주 부영CC 일원으로 확정됐다. 부지 선정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는 것일 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전공대는 포스텍과 달리 대선 공약이라는 정치적 결과물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한전이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벌써부터 타 지역을 중심으로 한전공대 설립 명분이 약하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목표대로 2022년 개교를 위해서는 지역 사회와 한전이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전은 적극적인 자세로 박 회장의 리더십과 파격적인 지원, 김 박사의 열정을 되새겼으면 한다.

/장필수 전남본부장 bun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