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 노동면 학동리 학송 마을은 경전선 간이역인 명봉역에서 멀지 않은 농촌 마을이다. 이채롭게도 마을 입구에 ‘향약’(鄕約) 비석이 세워져 있다. 네모난 오석(烏石)에 모두 6개 항이 새겨져 있는데 ‘조상을 숭배하고 웃어른을 공경’(崇祖上敬)하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며 친척과 정 두텁게 우애하라’(孝悌敦穆)가 첫머리에 놓여 있다.

이어 근검절약과 착한 일을 권장하고, 배움에 힘쓰라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으로서 할 도리를 다하고 집안을 보전하여 나가라’(禮誼保家)며 끝을 맺는다. ‘향약’ 6개항 끝을 보면 1780년대 마을에 처음 뿌리를 내린 진원 박씨 입향조인 ‘농수 할아버님의 가르침’이라고 돼 있다. 지난 시절, 오랫동안 농촌 마을 공동체를 유지해 온 정신적 토대를 ‘향약’ 문구에서 유추할 수 있다.

‘호동이네 마을’로 불리는 광주시 서구 금호1동은 ‘협치’(協治) 마을이다. 아파트별 마을 총회를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마을 토론 별밤캠프와 어울림 한마당축제 등 다양한 마을 공동체 프로그램을 마련해 마을 문제를 공유하며 마을 발전과 화합을 모색한다.

전체 거주 인구의 80%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광산구의 경우 8개 아파트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조식(朝食)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평일 오전 6~9시에 아파트 내 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아침에 꼭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직장인과 주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영암 학산면으로 귀농·귀촌한 젊은 농부들은 지역 학생들과 교육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농부들과 초등학생들은 함께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작은 축제를 열기도 한다.

‘마을 공동체’가 도시화·산업화에 따라 단절된 도시와 농촌을 살리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향약’이 마을을 지탱한 정신적 지주였다면 현재는 주민 스스로 나서는 ‘마을 공동체’ 활동이 쇠락한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주민과 행정을 이어 주는 광주와 전남의 마을 공동체 지원 센터와 ‘마을 활동가’들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관심’이다.

/송기동 문화2부장·편집국 부국장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