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1운동 100주년, 임시 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연초부터 많은 언론에서는 관련 특집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품어 왔던 궁금증 하나. 100년 전 3·1운동 당시 한반도 전역에 메아리쳤던 함성은 ‘대한 독립 만세’였을까 아니면 ‘조선 독립 만세’였을까?

의문의 출발점은 독립선언서다.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조선이 독립국임을 선포했으니 당연히 ‘조선 독립 만세’라 하지 않았을까? 물론 경술국치 당시 국호가 대한제국이니 ‘대한 독립 만세’라 외쳤을 수도 있겠지만.

‘조선 독립 만세’란 구호는 ‘독립 운동사’ 같은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전남 광주에서는 “3월10일 오후 3시 광주천 부동교 아래 장터에 수피아여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1000명이 넘는 군중이 모여 태극기와 독립 선언서를 받아들고 ‘조선 독립 만세’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1926년 6·10만세 운동을 다룬 동아일보 호외 기사 역시 ‘학생 수십 인이 됴선OO만셰를 불렀다’고 보도하고 있다.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때도 구호는 ‘조선 독립 만세’였다.

3·1운동은 유례가 없는 전 민족적인 혁명이었다. 10년에 걸친 일제의 강압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조선인은 조선인으로서 자주적으로 살겠다는 민족적 선언이었고 이를 가로막는 일제에 대한 항전의 포고였다. 민중은 각성하고 성장했다.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던 공화주의를 받아들이고 공유하여 대한민국 임시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때 민중을 뭉치게 한 힘은 ‘조선 독립 만세’라는 구호였을 것이다.

해마다 3·1절이 되면 전국에서 만세 운동 재현 행사가 열린다. 함성은 언제 어디서나 ‘조선 독립 만세’가 아닌 ‘대한 독립 만세’다. 이는 광복 이후 남북이 분단되고 국호를 남쪽은 ‘대한민국’, 북쪽은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으로 달리 정했던 탓도 있을 게다. 남북이 함께 기획하고 있는 3·1운동 100주년 공동 기념행사에서도 남과 북이 외치는 구호는 다를 것이다. 이념이 개입되면 역사는 힘을 잃는다. 독립 운동의 역사는 여전히 아프다.

/유제관 편집1부장·부국장 jk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