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음악축제가 국제적 행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축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운영의 집중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광주문화재단에서 열린 ‘정율성음악축제의 국제화 가능성과 방향 모색’심포지엄에서 제기됐다. 정율성음악축제는 지난 2005년 ‘정율성음악회’라는 씨앗이 발아해 오늘에 이르렀다. 제3회 때는 정율성 음악의 본거지 중국에서 연주회가 열렸고 이후 2012년 8회부터 학술세미나와 성악콩쿠르가 개최됐다. 짧은 기간이지만 자치단체가 주축이 돼 재원을 마련하고 문화재단이라는 전문기관의 계획에 의해 15년 가까이 이어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럼에도 통영국제음악제나 부산마루국제음악제 등에 비해 축제를 바라보는 인식이나 확산 측면에서 다소 뒤쳐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음악평론가이자 이영진 뮤직 리뷰 편집인은 ‘음악축제로서 정율성축제의 정체성과 방향’이라는 글에서 “음악축제의 큰 줄기는 모두 정율성의 음악을 관통하는데 맞춰져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음악축제의 정체성을 수립하는 데는 분명 컨트롤 타워가 존재해야 한다” 며 “그 멘토는 광주를 대표하는 현역 음악가도 좋고 광주 출신의 인지도 있는 연주가면 금상첨화다”가 덧붙였다.

토론에 나선 김선철 광주대 음악학부 겸임교수는 늦어도 일 년 전에 전체 기획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안이 나오고 주요 연주자 및 연주단체 섭외를 마쳐야 이를 중심으로 세부적인 사항을 기획할 수 있다는 논리다. 김 교수는 “기악곡이 거의 없는 작곡가 정율성 만으로는 전체 음악제를 이끌 수 없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정율성과 이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상급 공연단체와 연주자 섭외는 국제음악제 성패를 좌우한다. 김 교수는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시작부터 세계 최정상 연주자들을 섭외해 페스티벌을 이끌어왔는데, 이것의 토대는 기획력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경분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은 ‘망명 음악가로서 윤이상’을 조명했다. 이 연구원은 “윤이상은 스스로도 ‘한국적’ 동양적인 것을 음악으로 표현해보여야 하는 것을 작곡의 목표로 삼았으며 이것이 작곡가로서 살아남는 길이었다고 확신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이상의 망명을 다른 디아스포라 예술가들의 맥락에서 비교 접근하는 시도 그리고 자기와 타자, 전통과 현대의 관계를 분석하는 방법론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학총서 시리즈 9번째로 ‘정율성 음악세계와 현대성의 지평’(심미안)도 발간돼 눈길을 끈다. 올해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로 항일음악가 정율성의 삶과 음악을 조명하는 일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책에는 모두 12편의 전문가의 글이 수록돼 있다. ‘정율성으로부터 배우는 한·중 문화교류의 경험과 오늘의 과제’(신정호 목포대 교수), ‘정율성의 사상형성과 지향’(송한용 전남대 교수), ‘정율성과 광주근대 음악’(노동은 중앙대 교수), ‘정율성 음악작품의 역사적 지위’(묘우디 중국 하얼빈 교수), ‘정율성의 음악세계에 관한 연구’(진청쥔 연변대 교수), ‘정율성 음악연구’(이애련 한국작곡가협회 이사) 등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