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과 해학, 절대 고수의 반열에 오른 이야기꾼 성석제. 지난 1995년 ‘문학동네’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며 등단해 자신만의 고유한 문학세계를 일궈왔다.

성 작가가 이번에 펴낸 ‘왕은 안녕하시다’는 ‘근엄한 역사를 뒤집는 이야기 한판’이다. ‘투명인간’ 이후 5년 만에 발간한 장편소설이자 원고지 3000 매에 달하는 본격 역사소설로,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서 전반부를 연재한 뒤 오랜 시간을 들여 후반부를 쓰고 전체를 대폭 개작해 완성했다.

소설은 조선 숙종 시대를 배경으로 우연히 왕과 의형제를 맺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다. 시대의 격랑 속에서 왕을 지키기 위해 종횡무진하는 모험담이 특유의 흥겹고 유장한 필치로 이어진다. 묵직한 역사소설과 날렵한 무협소설을 넘나드는 분방한 서사와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사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주인공 성형은 한양에서 제일가는 기생방 주인인 할머니 덕에 놀고 먹는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비멈한 풍모의 꼬마를 만나 그와 의형제를 맺게 되는데 알고 보니 꼬마는 장차 대위를 이을 세자(숙종)였다. 얼마 뒤 그가 열네 살 어린 나위에 왕위에 오르자 성형은 졸지에 그림자처럼 그의 곁에 머물며 최측근이 된다.

어린 왕이 남인과 서인의 틈바구니에서 위태로운 왕위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성형은 궁궐 안팎을 오가며 각계각층을 만나고 어려 인물들을 판별하게 된다. 성형은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결정적인 국면을 목도하거나 은밀히 개입하기도 한다.

권희철 평론가는 “‘왕은 안녕하시다’는 흥미진진한 역사소설이 된다. 이런 식의 역사소설을 그가 아니면 누가 쓸 수 있을까”라고 평한다. <문학동네·각권 1만4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