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이른바 ‘고용 세습’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현대차도 올해 단체교섭에서 폐지를 검토키로 하는 등 주요 대기업 노조가 청년들의 공정한 취업 기회를 가로막는 ‘노동계 적폐’를 청산키로 해 주목된다.

◇금호타이어, 19년 만에 ‘고용세습’ 폐기=16일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노사는 ‘2018년 단체교섭’ 과정에서 고용 세습 조항을 삭제키로 의견 접근을 이뤘다. 오랫동안 적용하지 않았던 사문화된 조항이지만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청년들의 공정한 취업 기회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폐기하는 쪽으로 결정했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지난 2000년 만들어져 대표적 노동계 적폐로 꼽혔던 조항이 19년 만에 사라지는 셈이다.

금호타이어는 ‘단체협약’(23조)에 ‘정년조합원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입사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그 직계 가족에 대해 우선적으로 채용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해당 조항이 채용 과정에서 차별 금지와 균등한 기회 보장을 규정한 고용정책기본법 등을 위반한 것임에도, 노조는 정년 퇴직자가 요청하면 공개 채용에서도 그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토록 하는 사실상 ‘일자리 대물림’ 조항을 바꾸지 않았다.

사측이 지난 2016년 임·단협 과정에서도 수정을 제의했지만 당시 노조는 조합원 권익을 내세워 관련 협약 수정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그릇된 관행을 버리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그러나 올해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악의 고용 쇼크 상황으로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고용 세습’ 조항을 폐기하기로 했다.

◇현대차, 올 단체협약에서 없애기로=현대차 노조도 조합원 자녀의 우선 채용 조항 폐기를 검토키로 했다.

노조는 지난 11일 소식지에 ‘조합원 자녀 채용 가산점제도’를 폐기하는 것을 올 단체교섭에서 검토하겠다고 올렸다.

노조는 “2011년 단체협약 체결 이후 단 한 번도 적용하지 않았던 사문화된 조항으로 국민들과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금속노조 차원에서 논의, 올 단체교섭에서 제도 폐기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노조는 올해 단체협약 교섭에서 단체협약 별도회의록에 명시된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을 삭제키로 지난해 11월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바 있다.

별도회의록에는 ‘정년 퇴직자 또는 25년 장기근속 조합원 자녀와 일반 입사 지원자 조건이 같으면 조합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아차 노조는 올해 단체협약이 없어 고용 세습 조항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이뤄진 단체협상에서 회사측이 요구한 장기근속 근로자 자녀에 대한 채용 특혜 폐지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아차 노조 단체협약(27조 1항)에는 ‘회사는 신규 채용시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 이상) 자녀에 대해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명기하고 있다. 고용세습이 엄연한 불법이라는 점에서 사측이 매년 임단협 과정에서 철회를 제의하고 있지만 노조가 거부 방침을 고수하면서 수정하지 못한 채 유지되고 있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현대차와 금호타이어 등 대기업 노조가 기득권 내려놓기에 동참한 만큼 기아차 등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단체협약에 ‘고용 세습’ 조항이 담겨있는 기업은 금호타이어, 현대차, 기아차 등 15개 업체로 집계됐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