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어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으로 군·언론·법조인 출신 3명을 추천했다. 특별법 시행 4개월 만의 늑장 추천이다. 한데 추천된 인사 중 일부는 5·18을 왜곡하거나 폄훼한 전력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전 수원지방법원 판사를 추천하면서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균형되고 객관적으로 규명해 국민 통합에 기여할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모두 아홉 명으로 구성되는 5·18 진상조사위는 일단 조만간 출범할 수 있게 됐다. 국회의장(1명)과 더불어민주당(4명), 바른미래당(1명) 등은 이미 추천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추천 과정에서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 씨나 1980년 5월 당시 공수부대 지휘관이었던 인사를 제외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 추천된 인사 중에는 과거 검찰의 5·18 재수사 결과와 관련 언론 보도가 왜곡됐다는 주장을 펴거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대한민국 정치 체제를 부정한다는 입장을 보인 이들도 포함돼 있어 진상 규명에 되레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민주평화당은 이런 점을 거론하면서 대통령이 임명 과정에서 특별법이 규정한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지 따져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조사위는 그동안 국회, 검찰, 국방부 등을 통한 수차례 조사에서도 밝혀내지 못한 발포 명령자와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 인권 유린 등 핵심 의혹을 규명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사실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만큼 한국당 추천 위원들도 역사의식을 갖고 국가 차원의 완전한 진상 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