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많은 사람들이 사무실, 도서관, 카페 등에서 오로지 재미를 찾아 휴대폰에 코를 박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저기 거리에 숨어 있는 서점에서는 ‘뇌에 반짝이는 통찰을 주는’ 책들 또한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펴낸 책들의 경우 ‘사피엔스’가 국내에서만 65만 권, 후속작인 ‘호모 데우스’는 25만 권,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발간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10만 권이 각각 판매됐다. 600쪽에 이르는 두툼한 부피를 자랑하는 이 책들이 ‘세상에 대한 전문가적 통찰’을 갈구하는 국내 독자 수십만 명에게 이미 읽혔다는 이야기다. 문체와 주제는 다르지만 영국 작가 리처드 도킨스가 지은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 그리고 미국 지리학 교수 제래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미국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등 인류와 우주에 대한 심오한 이해가 깃든 책들도 수십, 수백만 권의 판매고를 자랑한다.

물론 이들 ‘스테디셀러’의 등장은 인터넷을 포함한 과학의 발달로 정보 접근이 쉬워지고, 지구촌을 뒤흔든 인권 혁명으로 정보 접근이 자유로워진 데 따른 것이긴 하다. 그렇지만 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우리 한국으로서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이들 책의 평판이 워낙 높다 보니 거기에 담긴 견해나 사상을 사람들이 거의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류와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특정한 방향으로 치우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위험하다.

무엇보다도 이들 책의 저자는 거의 대부분 미국과 유럽 출신으로서, 자국과 자국 문화 중심의 세계관을 은연중에 퍼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리만의 문제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왜곡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갈등 종식’이 전 세계 평화와 번영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지금, 우리 한반도의 운명이 미국·중국과 같은 초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또다시 왜곡되지 않도록 지구촌을 상대로 한 신중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홍행기 편집부국장·정치부장 redp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