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드레스덴에서 차를 운전하던 그는 갑자기 눈앞에 검은 장막이 드리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틀 후 급히 귀국한 그에게 의사는 망막박리라는 진단을 내리고 실명할 위험이 높다는 말을 건넸다. 첫 수술 후 다행히 실명은 되지 않았지만 물체가 비뚤어지고 변형돼 보이거나 작게 보이는 증상이 나타났다. 눈에 이상이 오면서 자신이 사랑해마지 않던 예술을 즐기는 방법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술 애호가로서 자연스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베스트셀러 ‘잘 찍은 사진 한장’, ‘윤광준의 생활명품’의 저자 윤광준의 이야기다. 두번째 수술 덕에 다시 시력을 회복한 그는 자신이 강의에서 줄곧 말했던 ‘예술을 경험하는 법’에 대한 책을 쓰기로 한다. 신간 ‘심미안 수업-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다. 심미안(審美眼)은 보통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능력’으로 해석된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예술의 세계가 멋지다는 건 알지만, 그 세계에 들어갈 엄두를 못 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의 한명이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일에는 순서도 서열도 없다. 잘 몰라도 즐겁고, 처음 접해도 황홀한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가 인간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 본능을 깨우고 숨겨진 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길 바란다”고 말한다.

사진작가, 오디오평론가, 작가로 이름이 높은 그는 국악, 미술, 클래식, 건축 등을 아우르는 전방위 예술 애호가다. 그는 예술현장에서 느낀 풍부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미적 본능을 깨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건넨다.

책은 모두 6개 장으로 이뤄져 있다. 제 1장 ‘우리는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를 비롯해 ‘숨은 의도를 발견하는 기쁨, 미술’, ‘지금 이 순간만 사는 행복, 음악’, ‘나를 둘러싼 공간이 확장되는 마술, 건축’,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에 주목하는 힘, 사진’, ‘일상의 욕망을 다독이는 지혜, 디자인’ 등 5개 장르의 부제는 각 장르가 갖고 있는 ‘핵심’을 잘 보여준다.

미술이 어렵다는 사람들에게 그가 권하는 ‘전시회를 즐기는 여섯 가지 방법’은 웬만하면 유료 전시를 보자, 같이 갈 사람을 잘 고르자, 시간의 여유를 충분히 갖고 가자,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자 등 얼핏 쉽고 간단한 방법이지만 딱히 누가 알려주지는 않는 것들이다. 작가는 또 자신이 좋아하는 일본 아다치 미술관과 한국의 리움미술관 등을 소개하며 자신에게 ‘각별한 미술관’을 만들어가는 방법도 추천한다.

또 수세기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는 클래식, 지겹다는 생각이 드는 국악 등 다양한 음악에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 브라운 믹서기·게리트 리트벨트의 의자 등을 통해 디자인과 친숙해지는 방법도 소개한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아파트 등 저자가 직접 찍은 다양한 사진과 브레송의 사진 등 그가 선택한 작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정운 문화심리학자는 “뭐가 아름다운 건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삶이 이토록 거친 것”이라며 ‘심미안 수업’의 일독을 권했다. <지와인·1만58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