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으로 오늘날의 ‘세계화’는 500년 전에 시작한 정복과 식민주의에 새로운 탈을 씌우고 계속 이어가는 착취에 불과하다. 세계화는 현재 전 세계로 더 깊숙이 침투해서 생태계, 지역과 지방 경제, 국가 경제를 빨아들여 중앙에서 관리하는 단일 글로벌 경제를 형성하고 있다. 단일 글로벌 경제의 발판은 영원한 성장과 무시무시한 소비지상주의, 즉 기업 지배다.”

지역화는 지구촌의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성장을 줄기차게 이야기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글로벌 소비 경제를 지속하려면 몇 개의 지구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끝이 없는 인간의 욕망은 점점 더 많은 것을 갖고 누리길 원한다.

자연과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는 로컬에서 희망을 찾자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40년 동안 전 세계에 행복의 경제학을 전파하고 있는 로컬 경제 운동의 선구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그 주인공. 그녀는 ‘오래된 미래’의 저자이자 영화 ‘행복의 경제학’의 제작자이자 공동감독이기도 하다.

‘이스 저널’이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환경운동가 10인’에 선정하기도 했던 헬레나는 이번 책 ‘로컬의 미래-헬레나와의 대화’에서 무한 성장에 중독돼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미래를 전한다. 저자가 해법으로 제시한 대안은 로컬, 바로 지역화다.

저자 헬레나가 꿈꾸는 환경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지속 가능한 사회의 경제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저자는 지역화란 경제를 분권화해 지역 사회와 지방, 국가의 자치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말은 모든 지역 사회가 독립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되도록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동시에 기업이 독점하고 장악하는 글로벌 시장과 로컬 시장의 균형을 잘 잡자는 뜻이다.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오렌지나 아보카도를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반경 80킬로미터 안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밀이나 쌀, 우유 같은 그들에게 필요한 기본 식량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수입하지 말자는 것이다.”

헬레나는 글로벌에서 로컬로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하향식 정책 변화와 아울러 지역에서 발현되고 있는 다양한 상향식 구상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지역 사회의 다양한 풀뿌리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글로벌 경제 거인들에 맞서는 것과는 달리 지역의 사정을 훤히 이해한 뒤, 지역민들이 직접 계획하고 실행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남해의 봄날·1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