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어제 ‘광주 친일 잔재 조사 결과 및 활용 방안 제시 용역’ 최종 보고회를 개최했다. 광주교대 산학협력단이 맡아 수행한 용역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남 출신 친일 인사 관련 유적이 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광주 시내 주요 대학과 일선 중·고등학교 15개교 교가 역시 친일 음악가들이 작사·작곡한 작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친일 인명사전’에 수록된 광주·전남 출신 친일 인사는 156명이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에 사법, 경찰, 관료, 교육, 경제, 음악 부문에 종사하며 일제 식민 통치와 침략 전쟁에 적극 협력했다. 당시 이들과 관련된 선정비와 비각, 부도탑, 누정 현판·시문 등이 곳곳에 세워지고 내걸렸지만 해방 이후 지금껏 방치돼 온 것이다. 특히 친일 음악가의 손에서 만들어진 중·고등학교나 대학교 교가 또한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교육 현장에서 불려 왔다.

올해는 3·1만세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이다. 그 어느 해보다 상징적이고 의미 깊은 해인데 광주·전남 지역에 남아 있는 친일 잔재가 이렇게 많았다니 충격적이다. 해방 이후 친일 잔재 청산을 제대로 못한 결과일 것이다. 제때 인적·물적 친일 잔재 청산을 못하면서 한국 현대사는 많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 냉정히 생각해 본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옛 조선총독부 청사처럼 철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요즘은 목포, 벌교, 군산 등지에서 보듯, 아픈 과거의 공간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다크 투어리즘’이 활발하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네거티브 유산’을 통해 한국 역사를 새롭게 배우는 것이다. 뒤늦었지만 이제 광주시가 친일 잔재 시설물을 어떤 방식으로 청산하거나 활용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