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에는 작가가 바라본 시대의 풍경, 작가의 숨결·체취가 담겨 있다. 문학을 통해 우리는 머나먼 과거의 한 순간 속으로 빠져든다. 작가들은 작품 속 인물들에게 시대를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맡긴다. 고대와 중세의 길잡이는 영웅이었다.

역사학자 김영진씨가 펴낸 ‘문학에 뛰어든 세계사’는 트로이 전쟁부터 대항해시대까지 영웅의 탄생과 몰락, 세계사의 대서사시를 담았다. 지은이는 책은 줄기가 되는 ‘일리아스’, ‘니벨룽의 노래’, ‘롤랑의 노래’, ‘돈키호테’ 등 네 편의 고전문학을 통해 그 역사적 배경을 되짚는다.

책은 당시 사건과 사건 사이 작가의 상상이 더해진 내용에 관해 역사적으로 세밀한 해석을 덧붙인다. 신화와 이야기의 극적 요소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역사 속 실제상황에 관한 묘사를 하고 있다.

지은이는 특히 인물에 관한 서술에 공을 들였다. 각 장의 ‘캐릭터 해부하기’ 꼭지는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인물평과 함께 각 인물의 성격에 따른 영웅의 면모에 집중한다.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는 고대 그리스로, ‘니벨룽의 노래’의 지그프리트는 중세 초 게르만 국가로, ‘롤랑의 노래’ 롤랑은 샤를마뉴의 시대로 안내한다. ‘돈키호테’에서 돈키호테는 영웅들의 시대에 작별을 고하고 이성이 지배할 새 시대의 문을 열며 쓸쓸히 퇴장한다.

중세를 넘어 근대에 들어서면서 더는 영웅이 등장하지 못한다. ‘문학에 뛰어든 세계사’는 영웅의 시대를 끝내고 시민의 시대에 들어서기 전까지 세계의 역사를 다룬다. 이와 함께 당시 세계정세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17장의 지도와 등장인물 등이 그려진 68장의 도판이 수록돼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들녘·1만5000원>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