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9년 스코틀랜드 북부 한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아홉 가구밖에 살지 않는 작은 마을 컬두이에서 가난한 소작농 아들인 열일곱 살 로더릭 맥레이가 세 사람을 죽인 것이다. 로더릭은 범행을 저지른 후 도망가지 않고 자신이 범인임을 밝혔다.

2016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인 스코틀랜드 작가 그레임 맥레이 버넷이 ‘블러디 프로젝트’를 펴냈다. ‘가디언’이 “움베르토 에코가 19세기 스코틀랜드에서 부활한 듯하다”고 평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은 소설은 2016년 뉴스위크 직원들이 뽑은 ‘올해의 책’ 중 하나로 선정됐다. 또한 2017년 선데이 헤럴드 문화상 ‘올해의 작가’로도 뽑혔다.

‘하나의 살인 사건, 서로 다른 기록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소설은 생생한 스코들랜드 풍경 속에서 찾아가는 사건의 진실에 초점을 맞췄다. 작품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의 진술서, 로더릭 맥레이의 옥중 비망록, 부검 보고서, 재판 기록 등으로 이루어져 마치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해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로와 범행 동기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이웃에 사는 아주머니 카미나 머치슨은 로더릭이 예의바르고 친절한 소년이었다고 말한다. 반면 목사 제임스 갤브레이스는 로더릭은 악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소년이라고 증언한다. 여기에 재판이 시작되면서 검사와 변호사, 의사와 학자들의 의견도 갈린다.

작가는 고지대 특유의 생활상, 소작농을 둘러싼 착취와 억압들, 당시의 사법제도를 정확히 재현했다. 과연 범이는 광기에 사로잡힌 악마인가, 아니면 벼랑 끝에 몰린 가련한 인간인가. <미메시스·1만3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