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아파트 일색으로 도시의 정체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 온 광주시가 ‘공동주택 디자인’ 개선을 추진한다. 특히 이번 개선안에는 40층 이상 고층 건축물의 신축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광주시는 최근 ‘공동주택 디자인+안전 향상 방안 연구 용역’에 착수해 오는 6월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용역은 광주 시내 아파트 디자인 및 안전성 현황 분석과 서울·세종 등 선진지 사례 조사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공동주택 디자인은 기존 도시 구조 특성과의 조화, 보행의 연속성 등을 고려하고, 층수와 규모는 무등산·영산강·광주천 등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40층 이상의 아파트 등 고층 건축물은 앞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허가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말 광주시 건축위원회는 서구 화정동 23~26번지 일원에 지하 4층·지상 46층 규모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짓겠다는 사업자의 신청을 39층으로 낮춰 승인하기도 했다.

광주 지역의 주택 유형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64.7%로 전국의 특·광역시 중 가장 높다. 특히 모두 26곳, 170개 동에 이르는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의 대부분이 아파트다. 지역적 특성과 다양성이 배제된, 똑같은 디자인의 사각형 ‘성냥갑 아파트’는 광주 도시 미관과 문화 도시의 이미지를 저해하고 주차난과 교통 정체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시가 아파트 디자인 개선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지속 가능한 광주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과거에도 수차례 비슷한 시도가 있었음에도, 수익성 하락을 우려한 건설업계의 반대에 부딪쳐 뒷걸음질을 반복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만큼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디자인 향상 방안을 마련해 ‘광주다운 주거 문화’를 열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