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향해 총을 쐈던 계엄군이 도리어 시민군의 총에 맞았다며 국가 유공자가 되는 이런 기막힌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중에는 군사 정권 때 국가 유공자로 지정된 이들이 많다. 한데 이들의 심사 서류를 살펴보니 왜곡·조작된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광주 서구갑) 의원이 최근 국가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육군참모총장 명의의 전상확인서에 따르면 5·18 당시 11공수부대 조 모 대령은 ‘80년 5월24일 폭도의 기습으로 부상을 입었다’며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 심사 서류를 제출했다. 조 대령은 시민군 기습에 부상당한 사실이 인정돼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그러나 그날 조 대령이 소속된 11공수부대 및 보병학교 군인들은 서로를 시민군으로 오인해 총격을 주고받았었다. 조 대령 스스로도 1994년 검찰 조사에서 ‘오인 사격으로 오른쪽 팔에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폭도에 의해 부상을 입었다는 유공자 신청 서류와 달리 진압군끼리 오인 사격으로 부상을 입은 점을 자인한 셈이다.

이는 당시 군사정부가 계엄군 출신 유공 신청자들을 심사하면서 왜곡과 조작을 검증하지 않았거나 눈감아 준 것임을 말해 준다. 여기에는 심사 소홀뿐만 아니라 정부의 몰역사적인 인식도 더해졌다. 일례로 당시 국가보훈처의 계엄군 보훈심사 서류에는 5·18을 ‘광주사태’로 지칭하고 있으며 국방부 또한 최근인 2016년까지도 공문서에서 시민군을 ‘폭도’라 부르고 있다.

어찌 됐든 일부 계엄군이 심사 서류를 조작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서류 임의 조작이 한두 명에 그칠 리 없는 만큼 철저한 전수조사로 이를 밝혀내고 유공자 지정을 취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