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새해 벽두 아침이다. 광주의 아침은 동 트는 무등산에서부터 시작된다.

요즘같이 엄동설한의 겨울날이 계속되면 주위에서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더욱 눈에 띈다. 옛부터 복지(welfare)는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고 빈곤을 벗어나게 하는데서부터 시작되었다. 이것은 곧 인간의 먹고 사는 가장 원초적인 문제로 연결되었다.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노동)을 할 수 있는 경제적 동력(일자리)이 필요했다. 중세 봉건시대 사회 복지 제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구빈법’에서도 구빈원 입소자들을 먼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분류하였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복지정책에서 일자리의 중요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복지, 일(work)과 복지(welfare)의 합성어로서 ‘생산적 복지’라고 할 수 있다. 즉 사회 구성원들이 생산 활동에 참여하여 근로소득을 얻도록 유도하는 복지 정책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찍이 198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열풍이 일어나면서 자본주의 위기 타개를 위해 도입한 개념이었지만 1990년대 영국의 토니 블레어(Anthony C. Lynton Blair)에 이어 한국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출범과 함께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생산적 복지가 국정지표로 채택되면서 적극 도입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복지 정책은 일자리, 더 나아가 경제 정책과 선순환 구조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현대 복지 국가의 효시를 이룬 영국의 소위 베버리지 보고서(Beveridge Report)는 경제학자로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시급한 경제 복구를 위한 고민에서 출발하였던 것이다. 1942년 당시 전후 궁핍에 빠진 영국 국민을 구제하고 사회 보장을 위한 이 보고서는 무상 의료 서비스와 실업 급여 제공, 최저 생계비 지원 등을 담아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언론에서 소위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 생활을 보호하는 사회 보장 제도라고 평하였다.

미국의 사회 복지 역사에서 하나의 분수령을 이루었던 루스벨트 대통령의 사회보장법 제정도 경제 대공황으로 인한 1930년대 대량 실업과 빈민 구제를 위한 사회 보험과 공적 부조에 관한 것이었다.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은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 정책의 성공으로 루스벨트는 미국 최초의 연방정부 차원의 복지 프로그램인 사회보장법을 제정하여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재정 지원을 규정한 것이었다. 이로써 국가(연방정부)가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최소한 보장해야 한다는 의식이 처음으로 확립되었다.

이와 같이 경제와 일자리 정책은 복지와 불가분의 관계이며 ‘생산적 복지’ 차원에서도 더욱 관심 가져야 할 것이다. 최근 이 지역에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정책도 노사 상생형 복지 모델로 사회 복지의 관점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1만 2천여 개가 넘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광주형 일자리 정책은 자동차 산업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뿐만 아니라 청년과 취준생, 대학 졸업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 이 사업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조직의 이익이나 기득권을 앞세우기 보다는 양보와 타협, 배려의 정신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 복지의 관점에서도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꼭 성공해야 한다. 일자리는 복지 생태계의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는 광주형 일자리는 ‘반값 일자리’라며 거세게 반대를 하고 있고, 타 지역에서는 일자리를 옮겨 가져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으로 지역 갈등까지 조장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이미 광주라는 지역적 경계를 넘어 국가적인 중요 관심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새해를 맞이하여 이제야 말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