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도(裴度, 765~839)의 자는 중립이며 하동 문희 출신이다. 당 헌종, 목종, 경종, 문종 때 활약했다. 삭번(削藩) 정책을 지지한 당 후기의 명재상이다.

789년 진사에 급제해 관직생활을 시작했다. 하음현령을 거쳐 감찰어사가 되었다. 재상 두우에게 직언을 올렸다가 미움을 받아 좌천되었지만 기거사인으로 복귀했다. 805년 헌종이 즉위하자 중서사인, 어사중승, 시행영중군, 한림학사 등을 역임했다. 강력한 하북 3진을 중앙권력에 귀속시키는 것이 초미의 현안이었다. 812년 위박진이 조정에 귀순하였다. 815년 회서의 오원제에 대한 정벌이 시작되었다. 부친 오소성이 죽자 20년간 독자적인 통치를 해온 회서를 손볼 때가 된 것이다. 번진 토벌에 위기감을 느낀 치청절도사 이사도가 강경파인 재상 무원형과 배도의 암살에 나섰다. 무원형을 죽이는데 성공했으나 배도는 도랑으로 굴러 중상을 입었지만 목숨을 구했다. 건강을 회복한 배도는 재상으로 임명돼 위관지, 장홍정과 함께 국정을 이끌었다.

회서 전투가 4년여를 끌고 9만 병사를 투입했으나 좋은 성과가 나지 않았다. 국고는 바닥나고 아사자가 속출하면서 전투를 계속해야할지 조정의 의견이 분분했다. 재상 이봉길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군량미도 바닥났으니 퇴각을 명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며 철군을 주장했다. 배도는 본인이 직접 전선에 가서 전투를 지휘하겠다고 주청했다. 말하기를 “신이 맹세하건대 이 도적들과는 같이 살지 않겠습니다. 오원제의 형세가 궁색한데 장군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아서 항복하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신이 직접 가게 되면 반드시 다투어 나아가서 도적을 격파할 것입니다” 문하시랑·동평장사 겸 창의절도사가 되었다. 명장 이소의 활약에 힘입어 817년 10월 오원제를 생포했다. 819년 치청절도사 이사도가 부하에게 암살되자 치청 12개 주도 회복하였다. 배도가 치청 승리의 주역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입장이 곤란해졌다. 결국 4월 하동절도사로 임명되어 태원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820년 헌종이 죽고 목종이 즉위했다. 그는 가무와 여색을 밝히는 호색 군주로 정치는 뒷전이었다. 신책군을 장악한 환관 왕수징이 추밀사 겸 지추밀원사로 권력을 휘둘렀다. 잔소리만 하는 조정대신 보다 환관을 더 편하게 느낀 것이다. 821년 하북에서 병란이 일어나자 진압군을 이끌었다. 친구 원진이 조정에 복귀해 실세 환관 위홍간과 힘을 합쳤다. 위홍간이 원진을 재상으로 추천하자 임명안에 반대하는 상소를 세 번이나 올렸다. 이로써 양 진영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822년 재상에 오른 원진이 배도의 병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청했다. 배도는 국정을 농단한 환관 유승해를 죽이라는 반대 상소를 올렸다. 회남절도사로 좌천될 위기에 몰렸지만 재상의 재목을 내쳐서는 안된다는 여론에 힘입어 다시 재상이 되어 원진과 함께 정사를 돌보게 되었다. “우방이라는 자가 원진의 사주를 받아 배도를 해하려 한다”는 투서가 조정에 올라왔다. 조사 끝에 원진이 장난친 것이 들어나 동주자사로 좌천시키고 배도도 우복야로 옮겼다. 이봉길이 재상으로 전횡을 휘두르자 산남서도절도사로 내려갔다.

824년 정월 목종이 금단약의 후유증으로 죽고 경종이 즉위했다. 12월 동평장사의 직위를 회복했다. 이봉길은 배도의 조정 복귀를 막기 위해 배도의 부하인 무소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소문을 조정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봉길의 무리수가 들어나면서 배도를 재상으로 임명하고 사공으로 승진시켰다. 이봉길은 825년 8월 산남동도절도사로 좌천되었다. 경종이 환관에게 암살되고 문종이 즉위했다. 830년 사도로 승진하고 재상 겸 평장군국중사의 명예를 얻었다. 3~5일에 한번씩 일해도 되는 예우였다. 835년 감로의 변이 일어났다. 환관을 제거하기 위해 이훈 등이 일으킨 군중 쿠데타가 실패로 끝나고 수백명의 중신들이 죽임을 당하게 되었다. 그는 관용조치를 건의해 십여 가문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중서령을 끝으로 관직생활을 마무리했다. 841년 태사로 추증되었고 헌종의 사당에 배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