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쓰레기장 위에 ‘청소년문화의집’을 건립하려다 3억여원의 매몰비용만 쓰고 중단해 비난을 사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쓰레기가 다량 매장됐다는 주민의 증언이 많았지만 충분한 부지 검토 없이 사업을 추진한 ‘탁상 행정’ 탓이다.

18일 광주시 종합건설본부에 따르면 최근 일곡 청소년문화의집 건립공사와 관련, 건축·전기통신·건축기계·소방 등 4개 분야 시공업체와 감리업체에 공사 중단을 통보했다.

부지인 일곡 제3근린공원 일대의 터파기와 토사 반출, 부지 조성에 이어 파일공사 도중 지하 7∼10m 지점에 쓰레기층이 부지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1997년 이전 일곡지구 택지개발 당시 매립된 사업장폐기물(생활폐기물, 일반폐기물)이 6401㎥가량 청소년문화의집 부지 내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곡 청소년문화의집은 980㎡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애초 2019년 3월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인근 주민들의 민원으로 늦게 공사가 재개되면서 현재 공정률은 5%에 불과하다. 사업비는 지난해 6억7000만원이 1차 투입됐고, 올해 15억7000만원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었다. 건립 중단에 따라 현재까지 투입된 3억여원은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광주시는 올해 북구 각화동, 일곡동, 용봉동, 남구 봉선동 등 모두 4곳에 82억원을 들여 권역별 시립 청소년문화의집을 건립 중이다. 이 중 각화는 가장 먼저 완공됐고, 용봉과 봉선 청소년문화의집도 각각 12월말, 내년 1∼2월께 완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곡동 청소년문화의집 건립은 광주시의 안일한 행정 탓에 더욱 늦춰질 전망이다. 광주시는 발주처인 종합건설본부와 관할 자치구인 북구청을 비롯, 위탁운영기관인 광주YMCA, 주민공동체, 의회 등과 조만간 공동 간담회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대체부지를 선정하거나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