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재단이 지난 2004년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에게 수여한 광주인권상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광주시도 2013년 수여한 광주명예시민증을 취소할 방침이다.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가 소수부족인 로힝야족 학살을 방관하는 태도를 일관하면서 인권상과 광주명예시민 취소를 요구<광주일보 2017년 9월12일자 7면>하는 여론이 이어졌다.

이 같은 여론을 받아들인 5·18기념재단은 18일 5·18기념문화센터 내 사랑방에서 ‘아웅산 수치 광주인권상 수상철회 기자회견’을 열고 2004년 아웅산 수치에게 수여했던 광주 인권상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광주인권상 취소는 첫 사례다.

이철우 5·18재단 이사장은 “로힝야족에 대한 인권유린과 비인도적인 방관은 민주·인권의 기치를 선명히 하고 있는 광주인권상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라며 “아웅산 수치와 버마 외무부 및 국무부장관, 미얀마 대법원장, 미얀마 한국대사 등에게도 항의 서신을 보내 박해 중단을 촉구 해왔으나 아웅산 수치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재단은 지난 17일 열린 이사회에서 아웅산 수치의 광주 인권상 철회를 결정했다”며 “이는 아웅산 수치에 대한 재단의 항의성 의지표명”이라고 덧붙였다.

재단은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광주일보의 지적에도 철회가 늦어진 배경에 대해서는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수차례 보냈으며 답변을 기다려왔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박탈에 관한 규정이 없는 관계로 규정위원회를 개최해 규정을 변경하고 이사회 결정을 거치는 과정 때문에 지체됐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아웅산 수치와 미얀마 대사관, 미얀마 인권단체 등에 공문을 보내 철회 결정을 통보할 방침이다. 정확한 철회시점은 결정하지 않았다.

아웅산 수치의 인권상이 철회되면 재단 홈페이지에서 얼굴사진과 이름이 삭제되고, 5·18기념문화센터 2층에 설치된 얼굴 동판이 철거된다. 5·18재단이 주최하는 각종 국제행사·워크숍에도 초청하지 않는다.

지난 2000년 제정된 역대 광주인권상 수상자는 모두 23명으로, 철회는 아웅산 수치가 처음이다. 다만 2007년 공동수상자 중 한명인 인도 출신 레닌 라구와니쉬는 성추행 사건으로 재판에 받고 있어 현재 수상자 자격 유보 상태다.

5·18재단의 철회방침에 따라 광주시도 지난 2013년 아웅산 수치에게 수여한 광주명예시민증 취소 방침을 내부적으로 세웠다.

광주시는 그동안 잇단 취소 요구에도 전문가 의견 수렴과 지난 3월 항의 서한 전달만 했을 뿐 미얀마와의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해 적극적인 취소 절차는 밟지 않았다.

광주시는 지난 2월에 이어 8월에 진행한 전문가 의견 수렴에서 ‘취소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을 받고 나서야 취소 여부를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취소로 방침이 결정되면 내년 2월 예정된 광주시의회 임시회에서 의회 동의를 받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1966년 도입된 광주명예시민증은 광주시정 발전에 공로가 있는 타 지역 인사나 외국인에게 수여되고 있다. 현재까지 114명이 명예시민증을 받았고 취소된 사례는 없다. 관련 조례에는 광주명예시민이 취지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을 때 시의회 동의를 얻어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