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첫 장, 호남 구석기 안다는 건 중요”
2018년 12월 19일(수) 00:00 가가
이기길 조선대 교수 ‘호남 구석기 문화의 탐구’ 펴내…30년 연구 성과 집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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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시대는 우리들의 시작을 다룬다는 면에서 중요합니다. 2018년 오늘이라는 점과 구석기 시대라는 점이 찍히면 미래 또한 쉽게 잡힐 수 있어요.”
호남에서 구석기 유적이 최초로 발굴된 것은 주암댐 건설이 이뤄지던 1986년 무렵이었다. 이후 호남 구석기시대 문화와 유적에 대한 연구자나 학자들의 관심은 있었지만 일반인이나 지자체의 관심은 거의 없는 편이다.
최근 기자는 이 교수와의 인터뷰를 갖고 책을 펴내게 된 계기, 호남의 구석기문화 유적과 양상, 오늘의 관점에서 호남 구석기문화가 갖는 의미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와의 대화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아주 오래된 과거로 떠나는 여행처럼 다가왔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 교수가 광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1991년 조선대 교수로 부임하면서다. 올해로 만 27년이 됐으니 광주 사람이 다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석기시대를 연구하기 때문에 다소 딱딱한 이미지일거라 생각했지만, 이 교수는 화통했고 문화에 대해 열린 시각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광주가 예술의 고장, 민주화의 성지라는 자부심도 중요하지만 ‘역사의 첫장’부터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호남의 구석기 문화가 당대 중국, 유럽의 구석기 문화와 무엇이 같고 다른 지 관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남에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순천 죽내리, 화순 도산리 지층퇴적 증거 등 유물을 근거로 추정하건대 7~8만년 내지 10만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석기시대도 전기, 중기, 후기 구간별로 유물의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순천 죽내리 유적은 중기~후기 구석기인들의 삶을 자세히 밝힐 수 있는 보고입니다. 이곳에서는 모두 4개층으로 이루어진 유물이 출토되었죠. 퇴적이 쌓이는 시기에 따라 각기 유물이 다르게 분포돼 있다 것인데 후기로 올수록 정교하고 세련된 유물이 나왔습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구석기 1문화층에서는 주먹도끼나 주먹자르개 같은 비교적 간단한 도구가 나왔다. 이에 반해 구석기 후기라 할 수 있는 4문화층에서는 밀개, 긁개, 등손잡이칼 등 작고 정교한 유물이 출토됐다.
물론 전통의 도구도 이어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도구를 만드는 방식으로 발전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문화 역사의 발전은 혁명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상황이 변하면 생존을 위해 바뀐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또한 장흥 신북 유적을 근거로 왕인박사 이전에 이미 일본과 교류가 이어졌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는 “신북 유적에서 출토된 흑요석기가 자연과학분석 결과 백두산과 일본 큐슈산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왕인박사 이전의 교류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보성강 유역에서도 유사한 유물이 발굴됐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가 구석기문화, 그것도 호남의 구석기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은사이면서 한국 구석기를 개척한 손보기 교수 영향이 컸다. 조대 교수로 부임할 때 은사는 “호남지역 구석기 소대장이 되라”는 임무를 줬다고 한다.
“경기도와 충청도는 각각 전곡리 유적과 석장리 유적을 바탕으로 박물관을 만들고 세계 구석기축제를 하거든요. 우리 지역 순천 월평리 유적은 여러 층에서 유물이 발굴된 곳으로 후기구석기 유적으로 중요한 곳이죠. 그런데 지자체나 일반인들 관심이 거의 없어요. 호남의 구석기 유적은 유네스코 관점에서 보면 최고의 인류문화자산인데 하루빨리 문화관광자원화 했으면 합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