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다산 해배(解配) 200주년을 맞아 재조명이 활발한 가운데, 정약용을 다룬 소설이 출간돼 화제다.

정찬주 작가가 펴낸 ‘소설 정약용’(한결미디어)는 실학자 정약용이 아닌 인간 정약용을 다룬 작품이다.

다산의 눈부신 업적이 아니라 내면에 숨겨진 눈물, 회환, 고독 등을 다룬다. 특히 정약용이 유배를 가 있는 동안 홍임 모(母)라고 불린 강진 여인과의 사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실제로 소설은 정약용의 저술 작업과 고충보다는 유배시절에 사랑했던 여인, 제자, 강진의 산야, 음식 등을 이야기한다.

소설 중간 중간 정약용의 깊은 내상(內傷) 또한 아프게 다가온다. 작가가 정약용의 슬픈 노래, 즉 비가(悲歌)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강진으로 유배 온 다산은 동문 밖 밥집 노파를 통해 지난날을 돌아본다. 초당으로 가서는 본연의 선비로 돌아가 강학을 열고 밭뙈기를 일구고 농부의 수고를 경험한다. 그러는 중에 다산은 남당포 여인을 동암에 들였고 홍임이라는 딸을 얻는다.

초로의 나이에 늦둥이를 보았으니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 훗날 홍임에게 주려고 꽃핀 고매(古梅)에 새 한 마리가 나는 그림을 그려둔다. 한때 다산은 유배생활의 후유증으로 반신마비가 와 절망한다. 그러나 홍임 모가 날마다 차(茶)로 병수발을 해 다산이 다시 집필할 수 있게 해준다.

마침내 다산은 해배가 돼 고향 마재로 간다. 뒤에 홍임 모와 홍임이도 마재로 갔지만 곧 초당으로 돌아오고 만다. 초당과 마재의 공기는 견디지 못할 만큼 달랐다. 그래도 다산은 생이별을 감내할 뿐이다.

소설에는 전라도와 강진의 향토언어가 맛깔나게 형상화돼 있다. 작가는 김영랑의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향토언어가 다소 생경할 수도 있지만 읽다보면 아름다운 정감을 느낄 수 있다.

정 작가는 후기에서 “우리가 다산을 기리는 이유는 다산이야말로 한국인이라면 결코 잊어서는 안될 정체성을 한껏 발현하고 살았던 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성 출신 정 작가는 장편 ‘소설 무소유’, ’이순신의 7년’, ’천강에 비친 달’ 등과 답사기 ‘암자로 가는 길’ 등을 펴냈으며 광주일보에 ‘정찬주의 유럽 예술기행’, ‘그리스인 조로바를 찾아서’를 연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