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균형발전위의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면제 사업 선정을 앞두고 그동안 예타 때문에 발목이 잡혔던 호남의 주요 사업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예타는 인구수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호남은 그동안 영남 등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

특히, 과거 정부에서 예타 조사를 받지 않고 진행된 사업이 영남에 집중된 반면, 호남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번 예타 면제 선정 과정에 충분히 ‘호남의 소외와 불이익’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의 ‘경전선 예타 면제 포함’ 발언과 관련, 일각에서는 “이미 내년 국비 예산이 반영된 경전선이 예타 면제에 포함되면 광주시와 전남도가 신청한 다른 사업이 포함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내년 1월께 당정협의와 시·도지사 협의, 국무회의 등을 거친 뒤 각 시·도별로 추천한 예타 면제 사업을 검토해 국가균형발전에 필요한 사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광주시는 첨단 3지구에 인공지능분야 세계 최고의 역량을 갖춘 글로벌 허브를 만드는 ‘인공지능 중심 창업단지 조성’(1조원)과, 허브기관을 중심으로 전국 전문기관과 연계해 광융합 기술 종합 지원체제를 구축하는 ‘광융합산업 핵심 기술 구축’(8000억원) 등 2건을 예타 면제 사업으로 신청했다.

전남도는 해안관광도로 사업의 전남지역 구간인 신안 압해~해남 화원 간 연도교(4828억원), 완도~고흥 간 해안관광도로(9008억원), 여수 화태~백야 간 연도교(5277억원) 사업을 예타 면제 사업으로 요청했다.

이들 사업은 대부분 예산 규모가 조 단위이기 때문에 지자체 단독으로 진행할 수 없는 것들로, 광주·전남의 미래 산업을 이끌 수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들이다. 이때문에 이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예타 면제가 필수적이다. 흔히 대형 투자사업은 ‘예타조사→타당성조사→설계→보상→착공’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예타는 투자된 예산 대비, 거둬들일 수 있는 효과 등을 따지기 때문에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인구 수가 적은 호남은 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 내년 국비 예산에 철도기본계획 수립 10억원이 반영된 경전선(광주송정~순천) 전철화의 경우, 수 차례 예타에 발목이 잡혀 88년만에 철도 현대화의 첫발을 뗄 수 있게 됐다. 또 대형 사업 추진 과정에 예타를 면제해주는 비율에서도 호남지역은 과거 차별을 받아왔다.

실제,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지역 구분이 가능한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 69건 가운데 40.6%(28건)가 영남지역에서 진행됐고 호남은 8건으로 11.6%에 불과했다.

경전선의 예타 면제 포함 여부도 관심사다. 이미 국비 지원이 이뤄져 사실상 예타 면제가 이뤄진 사업인데,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에 포함되면 전남도 등이 신청한 다른 사업들이 선택되지 않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박정욱 기자 jwpark@kwangju.co.kr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