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했던 일부준공이 떨어지지 않아 소유권 이전을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자비용만 1년에 1억원 이상 추가로 나가고 있다. 산단 조성 목적이 기업하려는 사람에게 좀 더 편리한 절차·혜택을 주려는 것일텐데, 오히려 사업을 막고 있으니 입주기업들이 봉인가?” <해룡산단 입주기업 임원 A씨>

“지난 8월 입주했는데, 등기가 금방 되는 줄 알았다. 추가 부지를 계약하려는데 등기가 나와야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걱정이다. 사업을 계속 추진해도 문제가 없는 지 답답하다.” <입주업체 대표 B씨>

수 백 억원을 투자해 입주한 순천 해룡일반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이 재산권 행사를 못하면서 이자 부담과 금융권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인허가 기관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하 광양경자청)이 일부준공 인가를 해주지 않고 있어서다.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해룡산단 입주기업은 23곳에 달한다. 여기에 이주자 택지 48가구도 소유권 이전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입주기업 대표는 지난달 29일 전남테크노파크 국방벤쳐센터 회의실에서 회동을 갖고 “광양경자청의 갑질”이라며 “머리띠라도 둘러매자”고 불만을 토로했다.

입주업체 대표 C씨는 “광양경자청의 갑질이다. 요즘 어떤 시대인데 이런 행정 갑질이 말이 되느냐. 경제를 돌게 하려는 기업에게 이래도 되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이 ‘광양경자청의 갑질’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해룡산단 조성 과정에서 시행사인 대우건설과 광양경자청이 일부준공을 전제로 협의하며 산단을 조성해 놓고, 막상 일부준공 신청을 하자 폐수처리시설 증설비용 부담 문제를 빌미로 신청서를 반려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광양경자청과 협의해 지난 2016년 일부준공을 위한 단계 구분을 했고, 다음해 확정 측량을 마친 뒤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을 변경했다. 이후 올해 8월부터 3차례 일부준공 신청했지만, 모두 반려됐다. 해룡산단을 2개 지역으로 분리해 공사를 하고, 먼저 완료한 2-1단계는 일부준공 인가를 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광양경자청은 “시행사 측이 폐수처리시설 증설비용 부담을 못하겠다고 한데다, 공공시설 관리주체도 모호해 준공 인가를 내줄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폐수처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인가를 해주면 대우건설 측이 나중에 오리발을 내밀 수 있으니 이번에 매듭짓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측 주장은 조금 다르다. 대우건설이 공사를 하다가 도망갈 회사도 아닌데 입주업체들의 고충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빌미가 된 폐수처리 문제는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가는 2-2단계 시행 과정에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폐수처리시설 증설비용을 놓고 입주업체들을 볼모로 광양경자청과 대우건설 측이 힘겨루기를 하면서 일부준공 인가가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입주업체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라며 “입주업체를 볼모로 삼는 행위를 당장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업체 대표 D씨는 “2015년 입주계약을 했는데 등기가 안돼 3년째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졌고 타은행 거래마저 제한돼 피해가 크다”면서 “광양경자청과 시행사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룡산단은 순천시 해룡면 호두·신성·선월리 일원 159만2808㎡ 규모로 조성 중이다. 1단계 임대단지는 33만1405㎡로 순천시가 개발을 마쳤다. 2단계 일반산단은 126만1403㎡로 대우건설이 시행 중이며, 2-1단계 65만3179㎡가 사업을 끝내고 일부준공을 앞두고 있다. 2-2단계는 마그네슘 소재·부품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박정욱 기자 jwpark@kwangju.co.kr

/순천=김은종 기자 e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