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가득한 빛의 향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지역의 장소성과 정체성을 탐구하고 지역 문화계와 협력하기 위해 지역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첫 주자로 황영성 화백을 초청했던 ACC가 올해는 ‘빛의 화가’ 우제길 화백의 전시회를 기획했다.

‘빛’(2018)

2018 지역작가 초청 ‘우제길의 빛’전이 12일부터 내년 2월 24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 6관에서 열린다. 1967년 작품부터 근작까지 3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유년시절의 추억이 담긴 ‘반딧불’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빛’ 시리즈는 세월을 거치며 다양하게 변용돼 왔고, 이번 전시에서 그 변화의 순간순간을 만날 수 있다.

다채로운 신작이 내걸린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전시장 입구에서 만나는 6m 대작 ‘빛’이다. 올해 초대전을 준비하며 새로운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던 작가에게 2018년 봄부터 일기 시작한 남북한의 화해 무드는 영감을 줬다. 분단의 장벽을 넘어 남북한 정상이 두 손을 맞잡는 장면은 그에게 뭉클한 감동을 줬고, 화려한 색감이 어우러진 다양한 ‘빛’ 작업으로 구현됐다. 알록달록한 색을 입힌 종이 테이프를 수없이 꼴라쥬한 화면에서는 평화를 갈망하는 ‘환희의 송가’가 울려퍼지듯 색과 빛이 쏟아져 나온다.

또 다른 신작은 2017년 터져 나왔던 촛불 함성의 재현처럼 보이며 검은 화면 속에서 섬광처럼 번쩍이는 빛의 띠 역시 강렬한 인상을 준다. 화면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며 떨어지는 빛은 어둠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은 희망의 증거이기도 하다.







‘빛’을 주제로 한 그의 추상화 작업은 일관된 주제와 함께 다양한 변주가 특징이다. 모노톤의 화면에 색조를 불어넣고, 이어 다양한 컬러들이 율동감을 이루며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형태 역시 화면에 길고 좁은 틈을 줘 빛을 표현하던 초기작부터 첨탑형 구조 등으로 변화했으며 다채로운 컬러를 입힌 띠지를 반복해 사용해 만들어낸 화면은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전한다.

“제 작업의 기본은 ‘빛’이죠. 그 빛을 찾아가는 과정은 힘들고도 재미있었어요. 한지를 사용해서 빛을 찾아봤고, 산자락에 버려진 낡은 판넬 조각에 빛을 구현하기도 했죠.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등 소리가 주는 청각적 이미지를 시각적인 빛으로 표현하기도 했구요. 이번 전시에서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교토에서 태어났지만 줄곧 광주에서 살아온 그에게 이번 전시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1955년 즈음, 전시회가 열리는 복합 2관 끄트머리 어딘가에 살았습니다. 그 때는 창밖으로 보이는 게 밭이고 닭장이었죠. 그해는 제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때이기도합니다. 세월이 이렇게 흘러 첫 발을 내딛었던 그 장소를 떠올릴 수 있는 공간에서 전시를 갖게 돼 행복합니다. 인생의 종점에 다가온 시점에 전당에서 초대받은 것도 감명스럽구요.”

우 화백은 광주대 산업디자인학과와 전남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국립현대 미술관 ‘이달의 작가전’을 비롯 일본·독일·프랑스 등에서 96회 개인전을 진행했다. 한국미술대상전 특별상, 제1회 광주비엔날레 최고 인기 작가상, 옥과문화훈장(2004) 등을 받았다.

12일 오후 4시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전시회를 축하하는 합창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수·토 오후 7시) 문의 1589-5566.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