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의 새내기 귀어인 김충효(34) 효성수산 대표는 30대 들어 과감히 진로를 바꿨다. 그는 지난해부터 미역·다시마 등 해조류 종묘를 생산해 완도의 전복 양식장에 곳곳에 판매하고 있다. 그가 생산하는 해조류 종묘는 전복의 먹이로 쓰이고 있다. 그는 고향인 완도군 약산면 우두리에 300평(992㎡) 규모의 종묘 생산장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완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광주로 옮겨 간 김 대표는 전기 분야를 공부했다. 전기기능장 등 관련 분야 자격증만 20개 넘게 갖고 있는 그는 광주의 엔지니어링 업체에서 15년 가까이 일하며 안정적인 길을 걷다 4년 전부터 귀어를 준비했다.

“직장일은 정기적인 수입을 보장하지만 제 생각과 판단을 마음껏 펼치기에는 제약이 있었어요. 자유롭게 제 사업구상을 펼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귀어로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귀어를 하려면 적어도 3년 정도는 준비기간으로 생각해야 해요. ‘조바심’은 귀어를 할 때 가장 피해야 할 요소입니다. 귀어는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웃과 어울리려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학구파인 김 대표는 양식업계에 첫 발을 떼기 위해 이론부터 내실을 다졌다. 그는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틈틈이 전남도 해양수산기술원을 찾아 이론·실습 교육을 받았다. 김 대표는 해양수산기술원에서 양식에 관한 최신 기술과 정보를 접하며 종묘 생산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귀어의 성패 여부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술과 함께 초기 자금이 꼽힌다. 김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과 완도군에서 지원받은 귀어창업자금 2억7000만원을 들여 종묘 배양장을 세웠다. ‘효성호’라는 이름을 가진 1.7t과 0.9t 짜리 배도 마련했다.

4년의 노력 끝에 김 대표는 지난해 4월 미역과 다시마의 첫 종묘를 생산해냈다. 첫 해에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올해는 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의미 있는 결실을 거뒀다.

지난 여름에는 초강력 태풍 ‘콩레이’로 육상에서 배양한 종묘를 이식한 바다 양식장이 큰 피해를 입었지만 정부 보상을 받아 손해를 보전할 수 있었다.

지난날을 교훈 삼아 김 대표는 전공을 살려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그는 종묘 배양장을 ‘스마트팜’(Smart Farm)으로 새단장할 계획이다. 원격조종이 가능한 사물인터넷을 통해 배양장의 염도와 수온 등 환경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귀어를 하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여유로운 삶’이라고 말했다.

“9월에서 11월까지는 미역 종묘를 생산하고, 11월에서 3월까지는 다시마 종묘를 생산하고 있어요. 나머지 기간에는 ‘저를 위한 시간’이 생기는 셈이죠. 직장 다닐 때는 엄두도 못 냈던 가족여행을 자주 갈 수 있어서 만족합니다. 제 사업이 탄탄해지면 후배 귀어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요.”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