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길(李逢吉, 758~835)의 자는 허주로 섬서성 출신이다. 당 헌종, 목종, 경종때의 중신으로 정적 제거에 뛰어나고 권모술수에 능한 인물로 평가되었다.

당왕조 초기 18학사를 역임한 이현도의 증손이다. 진사시험에 합격한 후 내몽골의 호화호특 지방을 다스린 진무절도사 범희조의 참모가 되었다. 덕종은 그의 추천을 받아 문하성 좌습유로 기용했다. 이후 좌보궐, 시어사가 되었다. 809년 예부의 사부낭중을 거쳐 상서성 우사낭중으로 승진했다. 811년 급사중이 되었다. 814년 중서성 중서사인을 거쳐 816년 문하시중 겸 동중서문하평장사로 임명되어 재상 지위에 올라섰다.

헌종은 번진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삭번(削藩) 정책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왕승종의 성덕진과 오원제의 회서진 정벌에 주력했다. 치청절도사 이사도는 자객을 장안에 보내 재상 무원형을 암살했다. 배도는 개천으로 굴러 떨어져 간신히 죽음을 모면했다. 회서진과의 싸움은 9만의 병사를 투입했음에도 성과 없이 4년이 흘러갔다. 번진과의 전면적인 대결을 피하려는 온건한 입장의 이봉길은 주청하기를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식량도 바닥났으니 퇴각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배도는 이에 대해 “신이 청컨대 홀로 가서 전쟁을 감독하게 해주십시오”라고 주장했다. 배도의 충성심에 깊이 감동한 헌종은 그를 동평장사 겸 회서절도사로 삼았다. 배도와의 갈등이 깊어졌다. 비부원외랑 장숙을 간의대부로 삼으려 하자 “장숙을 채용하시려면 신을 물러나게 하면 마침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반대했다. 회서 전투에 소극적인 이봉길은 재상에서 쫓겨나 검남동천절도사로 좌천되었다.

헌종이 죽고 목종이 재위에 올랐다. 조정을 배도와 함께 원진이 이끌었는데 상대적으로 번진에 온건한 원진과 강경한 입장인 배도는 사사건건 충돌하였다. 절도사로 좌천돼 있던 이봉길은 개인적인 원한으로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그는 조카인 이중언을 시켜 실세 환관 왕수징과 관계를 맺으려 하였다. 왕수징은 배도와 사이가 매우 나빴다. 822년 5월 그를 병부시랑으로 발탁해 장안으로 돌아오게 하였다. “우방이라는 자가 원진의 사주를 받아 배도를 죽이려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재상간의 갈등에 놀란 목종은 좌복야 한고, 급사중 정담, 병부시랑 이봉길에게 어사대의 조사를 받도록 명했다. 조사 중에 원진이 이간책을 쓰려한 사실이 드러났다. 6월 초 배도를 우복야, 원진을 동주자사로 삼고 이봉길을 문하시랑, 동평장사로 임명한다는 조서가 발표되었다. 재차 재상으로 복귀한 것이다.

이봉길의 전횡이 시작되었다. 823년 우승유를 중서시랑, 동평장사 이덕유를 절서관찰사로 삼으니 이덕유의 원망이 깊어졌다. 좌복야 배도를 산남서도절도사로 좌천시키는데 성공했다. 지추밀 왕수징과 더불어 조정사를 좌지우지했다. 오직 한림학사 이신만이 황제의 신임을 바탕으로 그들의 전횡을 견제하였다. 그는 이신을 자리가 빈 어사중승으로 천거하였다. 이신은 경조윤?어사대부 한유와 자주 다투었다. 이를 빌미로 황제에게 한유를 병부시랑으로 이신을 강서관찰사로 삼도록 주청했다. 824년 이신은 단주사마로 좌천되었다. 이봉길 일파가 조정을 장악했다. 장우신, 이중언, 이속지 등 측근 8명과 그들의 속관 8명을 합해 8관(關) 16자(子)라 하였다. 한림학사 위처후가 “배도는 공훈이 크고 명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일찍이 허물이 없는데도 벼슬을 깎아내렸습니다.”고 상소하니 황제는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라며 배도에게 동평장사 직위를 내렸다.

824년 목종이 죽고 경종이 즉위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봉길의 위세는 여전했다. 825년에 접어들자 지방에 좌천된 배도를 다시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는 무소라는 사람이 배도의 권유로 재상 이봉길을 죽이려 한다고 고변케 했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그의 음모가 드러났다. 결국 경종은 배도를 재상으로 임명하고 사공으로 승진시켰다. 826년 동평장사·산남동도절도사로 임명되어 지방으로 좌천되었다. 이로서 오랜 정치생명이 종언을 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