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좀 좋아하는 40~50대의 성인이라면 학창 시절 인기를 끌었던 ‘카라반 사라이’(Caravan Sary)라는 곡을 기억할 것이다.

일본 출신 세계적인 뉴에이지 신디사이저 연주자 ‘키타로’의 1975년 작품이자, 여기에 미국의 팝 록 그룹 ‘페이지스’가 1988년 영어 가사를 입힌 노래이다. 이 곡은 일본 NHK와 KBS의 연재물 ‘실크로드’의 OST에 ‘대상(隊商)의 행렬’이라는 제목으로 삽입됐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연주와 아련함을 더한 페이지스 보컬의 조화가 돋보이는 노래이다. “…마치 낮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하늘을 여행하는 대상의 행렬/ 언제 어디로 가야할지 알고 있지요…” 노래의 가사는 꿈을 찾아 사막을 가로지르는 대상의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

대학 시절 이 노래를 들으면서 모래바람에 맞서 고개를 수그린 채, 낙타 고삐를 쥐고 길을 재촉하는 나 자신을 상상해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 30년 전의 상상은 나를 실크로드로 이끌었다. 올해 친구들과 함께 실크로드의 중심이랄 수 있는 중앙아시아 사마르칸트를 여행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사막이 아니지만 사마르칸트의 레기스탄 광장은 수백 년 전 인도, 중국, 서방의 상인들이 한데 모인 거대한 바자르의 위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애초 대상이란 사막 지방에서 교역하는 상인들의 무리를 말한다. 대상은 운송 수단으로 ‘사막의 배’라고 하는 낙타를 주로 이용하는데, 그밖에 당나귀·말·야크 같은 가축도 있었다. 대상은 지역에 따라 규모가 다양했다. 내몽골을 비롯한 중국 서북 지방에서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대상 규모를 보면 낙타 20마리가 최소 단위이며, 일반적으로 200~300마리로 무리 지어 이동했다. 대상에 종사하던 민족으로는 아라비아인·그리스인·시리아인·페르시아인·투르크족·몽골족·한족·유대인 등이 있었다.

낙타를 타고 장사를 떠난 무리를 일컫던 대상이라는 말이 현재는 중미 등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수천 명의 이주민 행렬(카라반)을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주민들에 대한, 대상의 오아시스와 같은 국제 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