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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정겨운 민족 최대 월동행사 김장
김은영의 ‘그림 생각’
(248) 겨울나기

2018. 12.06. 00:00:00

오윤 작 ‘김장’

한국 사람의 겨울나기는 김장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우겨우 살아야 해서 겨울이라고 했던 지난 시절 김장 김치가 그 긴 겨울을 나기 위한 겨울의 반양식(半糧食)이었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도 신선한 채소를 쉽게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식생활 양식도 변한 요즈음에도 겨우내 먹을 김장 담그기가 여전히 최대 월동 행사인 것이 때로 경이로울 때가 있다. 최근 김장철을 맞아 ‘광주 김치’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고, 김장은 그 자체로 세계에서도 부러워하는 문화라는 사실이 새삼 자랑스럽다.
왁자지껄하고 정겨운 우리 김장문화를 작품으로 남긴 오윤 작가(1946~1986)는 조각가이며 판화작가. 오윤작가의 고무판화 작품 ‘김장’(1984년 작)은 양념소를 만들기 위해 갖은 채소를 준비하고 있는 아낙과 절임배추를 양념과 함께 버무리기 위해 소쿠리째 들고 자리를 옮기고 있는 모습, 잘 버무려진 김장 김치 한 가닥을 맛보기로 뜯어 입속에 넣으려는 순간의 모습, 완성된 김장김치를 김칫독에 쟁여 넣는 모습까지 김장 담그는 모든 모습을 한 화면에 파노라마처럼 담아낸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 모든 과정을 툇마루에 앉아 진두지휘하는 듯 부릅뜬 눈으로 주시하고 있는 노할머니의 모습도 살아있는 ‘김장 문화’를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 같아 따뜻하고 정감 있다.
오윤 작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단편소설가로 한국적인 소박한 서정의 세계에 기조를 둔 작품세계를 펼쳤던 오영수작가(1909~1979)의 장남으로 서슬 퍼런 군부독재 시절이었던 1980년대를 리얼리즘 미술운동으로 맞섰을 뿐 아니라 전통미술의 형식을 빌린 독보적인 민중판화의 선구이자 상징적인 존재였다. 1980년대 투쟁적인 선전매체로 활용되었던 여느 민중판화작품과는 달리 민중의 한과 신명을 작품에 녹여냈던 작가답게 김장, 윷놀이, 밭갈이, 범놀이, 북춤, 도깨비춤 등 한국인의 정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판화작품을 다수 남겨 40세 젊은 나이로 요절했으나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광주비엔날레정책기획실장·미술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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