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를 맛의 고장이라고 하는 이유는 ‘개미진’ 음식 때문이다. 찰진 갯벌과 기름진 들과 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원재료가 좋다 보니 예부터 음식 맛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풍부한 원재료는 지역별 특산 음식을 만들어 냈다. 장흥은 매생이와 삼합(한우+키조개+표고버섯), 강진의 한정식, 나주 곰탕과 홍어, 벌교 꼬막, 여수 새조개 및 갯장어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특산 음식이 많다 보니 전라도에선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크게 후회는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맛의 고장 전라도에서도 3대째 대를 이어 오는 100년 맛집은 그리 흔하지 않지만 몇 군데 꼽을 수는 있다. 1924년 문을 연 해남 천일식당은 전라도 3대 식당으로 명성을 떨쳤다. 창업주인 고 박성순 여사가 고령으로 한때 명맥이 끊길 뻔했지만 딸이 서울에 ‘해남 천일관’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면서 3대째 남도 한정식의 진수를 이어 가고 있다. 담양 신식당도 3대째 한우 암소 갈비만 고집하면서 떡갈비를 만들고 있다. 3일간 숙성시킨 갈비에 양념을 발라 만든 떡갈비는 ‘담양식 떡갈비’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나주 하얀집은 한우 양지, 목심, 사태로 육수를 내 투명하고 깔끔한 맛으로 나주곰탕의 진미를 보여 주고 있다.

맛의 고장임에도 전라도는 음식을 브랜드로 키우는 마케팅에는 취약하다.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의 상당수가 경상도를 비롯해 다른 지역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전북까지 포함해 호남에 본사를 둔 토종 프랜차이즈는 264개(지난해 기준)로 전국의 6.2%에 그쳤으며 가맹점 수 100개 이상을 둔 대형 프랜차이즈는 10개에 불과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 육성을 위해 전국에서 48곳의 ‘백년가게’를 선정했는데 광주와 전남에서는 달랑 1곳씩만 이름을 올렸다. 30년 이상 된 음식점 가운데 경쟁력 있는 곳을 선정해 컨설팅, 홍보, 금융 등의 지원을 해 주겠다고 하는데도 관심이 없어 신청 자체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치단체에서 홍보를 더욱 강화해야겠지만 무작정 손맛만 믿고 손님을 기다리는 사업주들의 의식도 바꿀 필요가 있겠다.

/장필수 전남본부장 bun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