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깔린 철로는 근·현대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철로 개설은 처음엔 자주적으로 시작됐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이후 위협을 느껴 러시아 공사관으로 몸을 피한 고종은 1896년(건양1년) 7월 15일 ‘칙령 31호’를 재가한다. ‘두 철로의 사이를 영척(英尺) 4척(尺)8촌(寸)반(半)’으로 확정하는 등 6개 조항으로 된 ‘국내 철도 규칙’이었다. 철로 간격을 표준궤간(1.435ｍ)으로 채택하는 등 자주적으로 철로 개설에 나섰다.

앞서 같은 해 3월에는 미국인 모오스(James R Morse)에게 경인 철도 부설권을 허락했다. 또한 8월 19일 일명 ‘백탁안’(柏卓安)으로 불린 영국인 브라운(J. McLeavy Brown)에게 철도 사무를 감독하라고 명하고, 목포와 원산 등지를 다니면서 철도 부지를 정하게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한반도를 X자형으로 연결하는 철도망을 부설한 것은 일제였다. 대한제국의 국권을 빼앗은 일본은 1900년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경인선을 시작으로 1905년 경부선, 1906년 경의선, 1914년 호남선과 경원선을 차례로 깔았다. 쌀과 광물을 일본으로 운반하고, 군인과 군수물자를 만주 등지로 빠르게 보내기 위해서였다. 조선총독부 철도국은 1915년 10월에 철도 ‘일천 리’(마일·1600㎞) 기념 축하 행사를 열기도 했다.

끊긴 남북 간 철로는 분단의 상징이다. 한국전쟁 당시 파괴된 장단역 증기 기관차와 함께 ‘철마(鐵馬)는 달리고 싶다’라는 문구는 국민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돼 있다. 남북 정부가 지난 11월30일부터 철도 연결 사업을 위한 공동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단은 기차를 타고 경의선(개성~신의주)과 동해선(안변역~두만강역) 등지를 둘러보며 북한 철도 시설 현황을 점검하고 17일 귀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북한과의 보다 진전된 신뢰 확보가 우선돼야 하고, 북한 철로를 복선화할 경우 수조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남북 철도 연결은 분단된 남북을 이으면서 멀리 유라시아로 나아가는 혈맥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송기동 문화2부장·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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