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캐릭터 ‘아기 공룡 둘리’는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다. 주민번호는 830422-1855600. 한자 이름도 있는데 ‘두리’(杜里)다. 만화가 김수정이 1983년 ‘보물섬’이란 잡지에 연재하며 첫선을 보인 둘리는 1988년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까칠한 ‘길동이’ 집에 빌붙어 살면서도 전혀 꿀리지 않는 둘리뿐만 아니라 도우너·또치·희동이 등 캐릭터들이 만들어 가는 에피소드는 유쾌하다.

‘뽀통령’ ‘뽀느님’으로 불리는 캐릭터 ‘뽀로로’는 지난 27일 15번째 생일을 맞았다. ‘뽀롱 마을’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EBS TV ‘뽀롱뽀롱 뽀로로’는 전 세계 130개국에 수출됐고 프랑스에서는 평균 시청 점유율 57%를 기록하기도 했다.

요즘 한국에서 ‘핫한’ 인물(?)은 방한 중인 ‘미키마우스’다. 1928년 11월 28일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로 데뷔한 디즈니 대표 캐릭터 미키 마우스는 27일 입국 후 팬 미팅과 남산타워 등 서울 투어, 디즈니 채널 출연 등 여느 스타 못지않게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다.

미키마우스나 둘리를 떠올리며 빙그레 미소 짓는 이들이 많을 줄 안다. 다들 추억 하나 쯤은 갖고 있을 터이니. 요즘엔 캐릭터들이 동심을 소환하는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지난달 개봉한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곰돌이 푸-다시 만나 행복해’는 ‘인생의 쉼표’가 필요한 순간, 어른이 된 주인공에게 찾아온 ‘푸’가 전해 주는 잔잔한 위로가 담겼다.

서점가 베스트셀러도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게 많다. ‘매일 행복할 수는 없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고 이야기하는 ‘푸’를 주인공으로 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작은 쥐가 ‘내일의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늘의 나뿐이에요’라 전하는 ‘미키 마우스, 오늘부터 멋진 인생이 시작될 거야’, 40만 부 이상 판매된 백영옥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등이 대표적이다.

각박한 시대,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어깨를 토닥여 주는 어린 시절의 ‘친구’를 떠올린다면 작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