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쌀의 가치는 어디 비견할 데가 없을 정도로 높았다. 쌀 ‘미’(米) 자를 풀어 보면 팔(八)+십(十)+팔(八)로 이뤄져 있다. 88번의 손길을 거쳐야 비로소 쌀이 완성된다는 의미다. ‘음식(食)은 곧 밥(飯)’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쌀은 우리의 주식(主食)이었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뛰어들면서 받은 것도 ‘공양미 삼백 석’으로 쌀이었다. 한 석(섬)이 144㎏이니 요즘 쌀값(19만 원)으로 계산하면 1억 원이 조금 넘는 액수다.

가치 기준이 쌀이다 보니 밥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나이 50대 이상이라면 고봉밥의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꾹꾹 눌러 담은 반원형의 고봉밥은 손님을 대하는 지극한 정성의 표현이었다. 덮개가 있는 공기에 담아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로 감싸 놓은 밥은 뒤늦게 귀가하는 가장을 위한 배려였다. 그 시절에는 쌀의 거래 단위가 가마니였다. 80㎏ 쌀 한 가마니를 거뜬하게 어깨에 들쳐 멜 수 있는 것을 성인 남자의 조건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언론 보도를 찾아보니 40년 전인 1978년 우리나라의 쌀 소비량은 4040만 섬으로 사상 처음 4000만 섬을 넘어섰다. 이에 비해 당시 쌀 생산량은 4170만 섬이었는데, 그중 96.8%를 소비했으니 국민 1인당 연간 136.1㎏의 쌀을 먹은 셈이다. 지난해 기준 1인당 소비량 61.8㎏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쌀값 급등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한 가마(80㎏)당 19만 원을 넘어서자 일부에서 물가 상승을 거론하지만 농민 단체는 한 공기(100g)에 245원 수준밖에 안 된다며 최소 300원(80㎏ 환산 시 24만 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35년 전과 물가를 비교하면 쌀이 3.3배 오른 반면 국공립 대학 등록금과 짜장면 값은 12배나 올랐다. 1년 반 사이에 쌀값이 60% 올라 상승 체감도는 높지만 4인 가족이 하루 세끼를 꼬박 먹어도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2940원이다.

이 가격을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80㎏ 기준인 단위도 소비 추세에 맞게 10㎏이나 20㎏으로 바꿔 비싸게 보이는 착시 현상을 없앨 필요가 있다.

/장필수 전남본부장 bun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