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정치개혁공동행동’이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 정수 확대를 골자로 한 선거 제도 개혁을 촉구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국 또는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정당별 총 의석을 할당하고, 이후 정당별 총 의석수에서 지역구 의석수를 뺀 만큼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할당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지금의 선거 제도가 비례성과 대표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발의된 주요 공직선거법 개정안들의 교집합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들은 평균 인구 9만 명당 국회의원 1명이 있는 데 비해 한국은 인구 17만 명당 1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특권은 없애고 의석은 늘리는 것이 개혁’이라고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비례대표 의원 수 확대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 또한 의원들 간에 얽힌 이해관계와 부정적인 국민 여론으로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선거구제 개편이 헌정사 70년의 최대 개혁 과제’라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말대로 선거 제도 개편은 정치 개혁의 으뜸 과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현행 승자 독식의 소선구제는 지역주의를 강화하고, 분열과 적대의 정치를 제도화하며, 소수 정당의 진입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거 때마다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사표가 발생, 대표성에 심대한 왜곡을 야기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번번이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은 두 거대 정당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로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양당은 선거 제도 개혁을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에 나서야 한다. 특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본격적인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