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다음 노벨문학상을 거론할 때마다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가가 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위화다. 위화는 중국 작가 중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문학성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에게 ‘허삼관 매혈기’로 잘 알려진 그는 1993년 ‘인생’으로 중국에서만 400만부가 넘게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옌보다 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위화가 이번에 펴낸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은 글쓰기와 독서, 사람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담고 있다. 책은 서울, 베이징, 파리, 프랑크푸르트, 뉴욕, 베오그라드 등 세계 곳곳에서 독자를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원래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게 원칙이라지만,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과 삶을 이야기하는 글은 언제나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널리 알려진 작품을 쓴 작가가 하는 이야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작품의 뒷이야기와 창작 과정,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의 삶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소설가로서 위화의 이력이 독특해지는 지점은 그가 소설 읽기와 쓰기를 거의 동시에 시작했다는 데 있다. 대작가들이 성인이 되기 전 세계의 고전문학을 ‘떼는’ 것과 달리 위화는 스무 살이 넘어서야 가와바타 야스나리, 헤밍웨이, 카프카, 스탕달, 마르케스, 푸르스트, 포크너 등을 읽었다. 쓰기와 읽기 경험이 중첩되며 이어지는 위화의 문학 유랑은 흥미롭다. 젊은 시절 그는 ‘글쓰기의 감옥’에 갇혀 괴로워했던 경험도 사실대로 털어놓는다. 위화가 말하는 위대한 작가가 갖추어야 할 가장 필수 요소는 ‘사람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푸른숲·1만4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