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숙희 시인이 ‘시산맥 서정시선’으로 ‘바라보다’를 펴냈다.

서정의 세계를 노래한 작품집에는 일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정감이 묻어난다. 체험과 단상을 통해 형상화한 50여 편의 시들은 한마디로 그리움과 슬픔의 미학이다.

시인의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어머니의 존재는 시 세계를 형성하는 근본적인 모티브다. ‘어느 소풍날’, ‘어머니와 함께 1’, ‘어머니와 함께 2’, ‘가자미 한 마리’ 등에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정조를 읽을 수 있다.

“뼈에 고름이 찬다는/ 잔인하고 고통스런 병을 앓는 어머니/ 언니들 객지로 나가고/ 기죽은 봄소풍 날/ 한복을 입고 도시락을 싸 들고 오신 어머니/ 무장아찌 한 토막/ 볶음 멸치를 넣은 김밥을 먹고/ 선생님 노래 신청에/ 친구들 사이에 둘러앉아”(‘어느 소풍날’ 중에서)

‘어느 소풍날’은 유년의 소풍 기억을 배경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모두 가난했던 시절, 어머니는 한복을 입고 도시락을 싸 들고 소풍을 따라왔다. “무장아찌 한 토막”과 “볶음 멸치를 넣은 김밥”을 들고서.

시 전편에서 슬프지만 결코 슬픔을 표출하는 것이 아닌, 안으로 삭이는 화자의 어조가 느껴진다. 아마도 그러한 슬픔은 시의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진혜진 시인은 “시인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슬픔의 방출구를 찾고 또 찾는 생을 찾아왔음이 분명하다. 그러하기에 시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 때로는 감미로움, 때로는 목마른, 때로는 축축한 시의 열매로 이리 열린 것”이라고 평한다.

<시산맥·9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