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하게 환호하라.’ 공연장에 가면 외치고 싶은 말인데 우선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쑥스러워 기립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는 게 익숙지 않기에. 연주회장에서 마지막 곡이 끝나고 나면 괜스레 조바심이 난다. 관객들이 커튼콜에 인색하면 어쩌나 하고.

아티스트에게서 앙코르를 끌어낼 수 있는 건 관객의 환호뿐이다. 호응이 이어지면 ‘없던 앙코르’도 만들어내는데 광주에선 객석의 불이 켜지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사람이 많다.

지난 7일 광주문예회관에서는 동양인 최초 쇼팽콩쿠르 우승자인 당 타이 손 독주회가 열렸다. 연주는 황홀했고 한 곡이 끝날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커튼콜을 받자 그는 쇼팽의 ‘마주르카’를 연주했다. 한 차례 더 커튼콜이 있고 난 후 관객들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일어났다. ‘환호가 이어졌다면 한 곡 정도는 더 들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에 아쉬웠다.

지난 4월에 열렸던 ‘디토앙상블’의 공연이 떠올랐다. 리처드 용재 오닐 등은 멋진 연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앙코르로 베버의 곡을 들려줬다. 한데 관객들은 커튼콜도 없이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디토는 피아졸라의 ‘망각’을 또 다른 앙코르곡으로 연주할 예정이었다는데 관객들은 준비된 곡도 듣지 못한 셈이었다.

지난달 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예브기니 키신 연주회의 경우 이와는 완전히 달랐다고 한다. 30번이 넘는 커튼콜이 이어졌고 앙코르 곡만 무려 8곡, 연주 시간이 1시간 30분이었단다. 여기에 밤 12시 넘어까지 사인회도 진행했다니 배가 아플 정도다. 김선욱은 첫 독주회에서 ‘앙코르는 딱 한 곡’이라 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아쉬울 게 없었다. 그 앙코르 곡이 16곡으로 구성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었으니까. 손열음도 준비한 6곡의 앙코르가 끝났지만 관객의 환호가 이어지자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아 3곡을 더 연주했다고 한다. 키신은 한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내려보내지 않는 한 앙코르를 선사한다”고 말했다.

12월에는 연말을 맞아 클래식과 대중음악 등 다채로운 공연이 열린다. 우리도 ‘격렬한 환호’로 푸짐한 ‘앙코르 선물’을 받아 ‘광주의 앙코르 신화’를 만들어 보자. /김미은 문화부장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