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초월하는 시간여행은 매력적이다. 현재 과학기술로서는 불가능하다지만 소설, 영화속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여행을 통해서 낯설거나, 혹은 익숙한 과거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늦가을, 추억과 낭만, 힐링을 찾아 나서는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 남원 서도역

잘 만든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는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부상한다.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역시 마찬가지 경우다. 구한말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이 드라마를 인상적으로 본 시청자들은 드라마속 촬영지를 찾아 나섰다.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서촌마을에 자리한 옛 서도역은 과거에 시간이 멈춘 듯하다.

역사(驛舍)는 익산역과 여수 엑스포역을 잇는 전라선 오수역(상행)과 산성역(하행)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1934년 10월 1일 역무원 배치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해, 1937년 보통역으로 승격됐다. 2002년 10월 전라선 개량공사를 하면서 역사를 신축해 이전함에 따라 자칫 철거될 뻔 했다. 다행스럽게 남원시에서 역을 매입하면서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역사가 위치한 서도리(書道里)는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때 서원리(書院里)와 도촌리(道村里)를 합쳐진 지명이다. 전라선 개통 당시 역 주변에는 마을이 없었다. 인근 임실의 부자 이강용이 역 주변의 발전을 내다보고 이곳에 기와집 4채와 가옥 7동을 지어 이주하면서 마을을 형성했다고 한다. 마을 이름은 처음에는 역촌(驛村)이라 했다가 1960년대에 서촌(書村)으로 바뀌었다.

역 구내에는 녹슨 철로와 시설이 그대로 남아있다. 외진 역이지만 드라마 방영이후 더욱 젊은 연인들이 역을 찾아 폐선과 역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서도역은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의 무대이기도 하다. 역에서 1.4㎞ 거리에 ‘최명희 혼불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1980년부터 1996년까지 17년 동안 ‘혼불’을 집필하다 1998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단아한 한옥 건물로 지어진 문학관내에는 작가의 집필실이 재현돼 있고, 육필 원고와 소설속 장면을 형상화한 디오라마가 전시돼 있다.

대한제국이 1908년 건립한 옛 군산세관 본관 야경.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 작품 배경인 남원 서도역.

◇일제강점기 역사 배어있는 군산·목포

군산과 목포는 ‘시간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다. 일제강점기 수탈을 위한 관공서와 금융 관련 석조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색다른 근대역사문화 투어를 할 수 있다.

군산에 들어서 제일 먼저 경암동 철길마을을 찾았다. 옛 군산역과 신문용지 제조업체인 페이퍼 코리아를 연결하는 총길이 2.5㎞의 철로가 지나는 마을이다.

“1944년에 바다를 매립해 북성제지와 군산역간 철로를 개설할 때는 허허벌판이었어요. 한국전쟁 후에 피난민들이 너도나도 철로 주변에 판잣집을 지으면서 마을을 형성하게 됐습니다.”

철길마을 관광안내소에서 만난 오옥분 군산시 문화관광 해설사는 철길마을 유래를 들려줬다. 지난 2008년 운행을 중단할 때까지 기관차 머리에 신호수 2명이 올라타 통제를 하며 느릿하게 진행해야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구간은 마을내 300여m. 레일을 따라 걸으면 좌우 집들이 손에 닿을 듯하다.

입구부터 쫀디기, 꿀맛나, 어포와 같은 추억의 먹거리 가게와 교복대여점 등이 즐비하다. 2016년께부터 관광객들이 몰려들며 빠르게 가게들이 늘어났다. 교복차림을 한 중노년 세대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철길을 오간다. 한 60대 여성은 “(교복을 입어보니) 한번쯤 경험했던 학교에 대한 열망과 그리움을 느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행선지는 옛 군산세관 본관 건물이다. 한국은행 본점 건물, 서울역사와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건물지붕은 고딕 양식, 창문은 로마네스크 양식, 현관은 영국 건축양식으로 유럽의 건축양식을 융합했다. 더욱이 군산 근대건축물이 대부분 일본식 건물인데 비해 대한제국이 자금을 들여 1908년 건립한 건축물이라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설계는 프랑스 또는 독일인이 했고, 붉은 벽돌과 건축자재는 벨기에에서 수입해 건축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는 호남 관세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1898년 10월 개항한 목포 역시 옛 목포 일본영사관(근대역사관 1관),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근대역사관 2관), 동본원사(오거리 문화센터), 경동성당 등 근대 건축물이 산재해 있다.

◇1930년대 여행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양림동은 선교사가 정착해 문화와 예술이 퍼지기 시작한 마을입니다. 이장우 가옥(광주시 민속문화재 1호)과 같은 전통한옥과 서양식 건축물(선교사 사택), 정겨운 골목길과 펭귄마을 등 세 가지 모습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김가혜 ‘양림쌀롱 여행자 라운지’ 매니저는 양림동을 이렇게 설명한다. 양림동은 전통과 근대, 현대가 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시간의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899년 건축된 이장우 가옥과 1920년대에 2층 회색벽돌로 지어진 우일선 선교사 사택(광주시 기념물 15호), 오웬기념각(광주시 기념물 15호)을 차례로 접할 수 있다. ‘펭귄마을’ 골목길 에서는 정겨움과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또한 한희원 갤러리와 이강하 미술관, 양림 미술관에 들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에도 새로운 예술 공간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공공미술 사업에 따라 설치되는 예술작품을 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수령 410년생 호랑가시나무(광주시 기념물 17호)도 빠뜨릴 수 없다. 동네책방 ‘메이드 인 아날로그’와 독립서점 ‘러브 앤 프리’, ‘라이트라이프’ 역시 양림 여행자의 발길을 이끈다. 광주 남구에서 만든 양림동 테마투어 지도를 두 손에 들고 스탬프를 찍으며 도보로 여행을 하는 가족이나 연인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지난 2월에 문을 연 ‘양림쌀롱 여행자 라운지’는 여행북카페이면서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1930년대 모던 걸이나 모던 보이가 입었을 한복과 양장(양복)을 빌려 준다. 지난 4~8월에는 매월 한차례 ‘양림 쌀롱’ 공연무대를 열었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양림동 야간 투어프로그램인 ‘달빛 양림투어’를 진행한다. 특히 여행 멘토 특강인 ‘오빠는(언니는) 여행쟁이야’를 매월 두 차례 마련하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g-travelloung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운영시간 화~일요일 오전 11시~밤 9시)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