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법적 장애 유형 대부분이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장애에 대한 무관심과 왜곡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사)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장애 관련 어휘의 국어사전 등재를 위한 토론회’를 주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서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표준국어대사전 (이하 사전)에 ‘복지관’ ‘특수교사’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일상생활에 자주 사용되는 장애 관련 어휘들이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법정 장애유형 15개 중 사전에 등재된 어휘는 ‘정신장애’ ‘언어장애’ ‘지적장애’ 3개 뿐이었다.

센터는 사전에 누락된 장애 관련 어휘들의 언론 노출 빈도(지난해 8월~올해 8월 10대 중앙 일간지 대상)를 조사한 결과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12개 장애유형 중 ‘시각장애’ 2235건, ‘청각장애’ 866건, ‘지체장애’ 471 건, ‘뇌병변장애’ 83건, ‘자폐성장애’ 82건 등 순이었다.

또 ‘복지관’ ‘활동지원’과 같은 서비스 기관 관련 어휘, ‘편의시설’ ‘스크린도어’(안전문) 등 이동권 관련 어휘, ‘통합교육’ ‘특수교사’ ‘장애인복지법’과 같은 장애 관련 주요 법률 용어 등도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다.

센터측은 국립국어원이 새로운 어휘를 사전에 등재할 때 언론 노출 빈도를 주요 근거로 삼지만, 장애 관련 어휘에 대해서는 이 같은 원칙이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삼호 센터 소장은 이날 토론회 발제에서 “국립국어원이 장애 관련 어휘를 비롯한 소수자 어휘의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일상적인 국어정책을 논할 때 반드시 관련 당사자와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국어기본법’을 개정해 국어심의회에 장애인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홍일 대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나도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나를 포함한 대다수 장애인들이 장애를 비하하는 용어들에 노출되고 있다”며 “장애 비하 용어들을 대신할 수 있는 가치중립적인 용어가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귀희(1급 지체장애)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는 ”단어는 사회의 문화 수준을 대변한다”며 “국립국어원은 장애인에게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장애에 대한 왜곡이 심각해 장애인을 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에서는 사회모델과 자립생활패러다임에 입각한 ‘장애학 사전’ 제작 등의 제안이 나왔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