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시대가 저물고 있다. 정부가 경유차를 줄이기 위한 ‘클린 디젤’ 정책을 공식 폐기하면서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디젤차 단계적 퇴출=정부는 최근 열린 ‘제 56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을 통해 ‘클린디젤 정책의 공식 폐기’를 선언했다.

공공부문의 경우 오는 2030년까지 ‘경유차 제로화’를 추진한다. 대체 차종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2020년까지 공공 부문 친환경차 구매 비율을 현재 50%에서 100%로 달성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지금까지 저공해 자동차로 인정받은 95만대의 경유차에 부여되던 주차료·혼잡 통행료 감면 등 인센티브가 폐지되고 ‘저공해 경유차 인정 기준’도 삭제한다. 정부는 그동안 유럽연합(EU) 배출가스 기준을 토대로 상대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경유차는 친환경차(저공해 자동차)로 인정해 특혜(인센티브)를 줬지만, 이번 대책으로 특혜를 없앤다.

이명박 정부 당시만 해도 휘발유를 연료로 쓰는 차량보다 연료 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오히려 적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디젤 차량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정부는 또 소상공인·영세사업자들의 경유차 이용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 노후 경유 트럭을 폐차하고 액화석유가스(LPG) 1t 트럭을 구매하면 기존 보조금(최대 165만원)에 추가로 400만원을 더 지원하기로 했다.

◇내리막 걷는 디젤차=1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신규 등록된 디젤차는 42만329대로, 1년 전 43만9700대보다 4.4% 감소했다.

지난 2015년만 해도 디젤차는 기름값이 싸고 연료 효율이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적다는 점 등이 부각되면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5%에 달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친환경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디젤차 비중은 47.9%(2016년)→45.8%(2017년 상반기)→45.2%(2018년 상반기) 등으로 낮아졌다.

수입차도 비슷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내놓은 ‘10월 국내 수입차 등록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디젤차 점유율은 42.0%로 지난해 같은기간(48.1%)에 비해 낮아졌다.

반면, 지난해 10월까지 42.2% 수준이던 가솔린차 점유율은 올 10월 현재 48.1%로 올라섰다.

‘클린 디젤’이라는 친환경적 이미지로 포장, 인기가 치솟았던 디젤 차량은 2015년 말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인기가 급락한데다, 전기차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연쇄 차량 화재 등이 맞물리면서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에서도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하고 가솔린 모델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전략을 수정하는 중이다.

현대차는 그랜저와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 등 4개 차종의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했고 ‘SUV=디젤차’라는 공식에서 벗어난 가솔린 모델 출시와 판매도 잇따르고 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