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 조선 땅에 첫발을 디딘, 스물 다섯살의 선교사 제임스 S.게일은 ‘푸른 눈의 한국학자’였다. ‘긔일’이라는 한국명을 갖고 40여년간 한국에 살았던 그는 ‘오늘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 대다수보다 더욱 이 땅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해박했던 사람’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영사전’을 만들었고, 우리나라 최초로 서양 문학을 번역 출간했다. 1895년 출간한 존 번얀의 ‘천로역정(The Pilgrims’ Pross)’이다. 또 우리 문학을 서양에 번역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했다. 1921년 청파 이륙의 ‘청파극담’과 수촌 임방의 ‘천예록’에 전하는 이야기를 모아 ‘Korea Folk Tales’, 이듬해에는 김만중의 ‘구운몽’을 ‘The Cloud Dream of Nine’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했다.

또 구한말 역사 속에서는 대원군을 만났고 박영효 등 관리들과 밀접했으며 명성왕후가 시해된 날 고종을 알현한 후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승만의 미국 유학 추천장을 써 준 이도 그였다.

제임스 S.게일이 1888년부터 1897년까지 기록을 담아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1898년 출간한 ‘Korean Sketches’를 번역한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이 나왔다. 120년 전 조선의 풍경과 역사적 사건이 그의 손에서 되살아난 ‘Korean Sketches’는 사료적 가치가 높아 현재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책에는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조선인의 삶과 생활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또 청일전쟁, 아관파천, 갑신정변, 명성황후 시해 등 역사적 현장도 생생히 묘사돼 있다. 게일은 서울 정동에 모여 살던 다른 서양인들과 달리, ‘조선 땅 안으로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 한 후 서울은 물론 황해도 해주, 부산, 제물포 등을 돌며 조선인의 삶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겪었다.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종이를 바른 문과 창은 모두 손가락으로 구멍이 뚫리고, 그 구멍 뒤편에 단 한번의 깜박임도 없이 나를 주시하던 검은 눈동자’의 시선을 느끼며 그는 조선인의 삶 안으로 들어갔다.

게일은 책에서 조선인의 장례 지내는 방식, 몸이 데일 정도로 뜨겁게 아궁이를 데우는 방식 등 삶의 풍경과 함께 긴박했던 아관파천의 뒷 이야기를 들려주고 갑신정변과 을미사변을 논하며 일본을 비난하고, 조선이 일본에 잠식돼 가는 과정과 순간을 아파한다. <책비·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