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핑크지!”라는 말이 한때 유행한 적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듣고 웃는 것은 남자와 핑크색은 호응하지 않는다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남자는 ‘남자다운 파랑색’, 여자는 ‘여성스러운 핑크색’이 잘 어울리고 그것이 성(性)에 알맞다고 생각한다. 남성, 여성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어진 것일까?

조현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지은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는’는 제목 그대로 젠더 입문서다. 남자와 여자, 이성애와 동성애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을 위해 젠더란 무엇이고, 그 젠더로 구축된 젠더 이분법을 허물어야 하는 이유 등을 쉽게 설명해 준다.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대니쉬 걸’, ‘캐롤’, ‘빌리 엘리어트’ 같은 젠더 이분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영화들을 글의 소재로 삼았다. 주디스 버틀러를 비롯해 게일 루빈, 애너매리 야고스 등 현재 가장 유력한 젠더 이론가들의 주요 이론도 설명했다.

남자와 여자, 남성성과 여성성, 이성애와 동성애처럼 딱 둘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퀴어’(Queer)들을 배제한다. 완고한 젠더 이분법을 허물 무기는 ‘젠더 감수성’이다. 젠더 감수성은 차이에 대한 감수성과 강자와 약자의 권력 차이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지은이는 익숙하고 당연시했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젠더 감수성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여자와 남자, 동성애와 이성애는 확실히 구분된다는 이원론을 해체한다면 우리는 서로 달라도 ‘인간’이라는 토대 위에 모두 함께 설 수 있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행성B·1만3000원>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