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문’(諺文)이라는 속칭이 의미하듯 한글은 과연 사대부중이 아닌 부녀자나 상민들만 쓰던 문자였을까. 그러나 기록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조선시대 전 계층에서 통용되던 문자가 다름 아닌 한글이었다. 그렇다면 한글은 어떻게 이러한 지위를 얻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확산되고 교육이 이루어졌을까.

과학문명사적 흐름에서 한글의 위상과 역할 변화를 모색한 책이 발간됐다. 시정곤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와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과 교수가 펴낸 ‘한글과 과학문명’은 과학문명사적 맥락을 토대로 한글의 제자 원리에 내포된 과학주의를 들여다본다. 또한 한글의 보급 확산이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어떻게 과학 문명 발전에 영향을 끼쳤는지도 고찰한다.

사실 문명의 시작은 문장의 탄생을 뜻한다. 문자의 탄생으로부터 인류 역사가 시작됐고 문자와 더불어 문명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한글은 한자문화권의 철학을 바탕으로 창제한 문자이자, 한자와의 조화와 한자문화의 수용을 염두에 둔 문자이면서 동아시아에서 사용되던 문자의 장단점을 분석, 수렴해 우리말을 표기하는 소리문자로 창제됐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어리석은 백성’을 ‘교화’하기 위해 먼저 지배계층이 훈민정음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지배계층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훈민정음을 통해 교화를 했을까? 성종 때 간행된 ‘경국대전’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경국대전’에서는 ‘삼강행실’을 훈민정음으로 번역해 부녀자와 어린이들에게 가르쳐 이해시킨다는 내용이 있다. <들녘·3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