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오전 10시께 여수 앞바다에서 해상종합훈련 중 해경 승무원 박모(57)씨는 닻을 올리고 내리는 양묘기에 다리가 끼어 왼쪽 허벅지가 절단됐다. 이 사고로 여수 해경은 서해지방청과 119구조대, 닥터헬기 운영업체, 3곳에 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응급실 닥터헬기는 허가받은 착륙장소가 아니라며 이륙하지 못했고, 119구조대 헬기 역시 해경이 자신들 헬기를 쓰겠다고해 뜨지 못했다.

이후 해경은 부두에서 5.3km 떨어진 헬기장에 헬기를 대기시켜 구급차에 싣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위중했던 박씨는 여수의 모 병원에서 응급처지를 한 뒤 전남대학교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저혈당 쇼크로 숨졌다. 이날 박씨는 사고가 발생한 지 4시간 15분 만에 전남대병원에 도착했으며, 닥터헬기로는 40분이면 갈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가 도서산간 지역 응급환자의 치료·이송을 위해 하늘을 나는 응급실 ‘닥터헬기’를 도입했지만 이륙장 등을 찾지 못해 출동이 기각·중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닥터헬기 인계점의 부실한 관리가 닥터헬기 이착륙을 방해해 환자의 생명은 물론, 자칫 추락사고 등으로 이어져 닥터헬기 탑승자와 주변인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전남에서만 3건이 비인계점이라는 이유로 이착륙이 기각·중단당했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김승희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최근 2년 7개월간 총 기각 중단건수는 80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닥터헬기가 착륙장을 찾지 못해 이륙 자체를 하지 못한 ‘기각’은 69건, 이륙은 했지만 착륙을 못한 ‘중단’도 11건으로 집게됐다.

기각·중단 사유를 살펴보면 인계점(착륙승인지점)아닌 아니다는 이유로 49건, 주차장 만차 사유 11건, 행사 진행 사유 8건, 제설 미실시 6건 순이었다.

올들어 전남에서는 여수 2건, 영광 1건 등이 비인계점으로 인한 닥터헬기 이착륙 기각·중단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헬기 인계점(착륙승인지점)의 관리 또한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계점은 응급상황에서 닥터헬기가 이·착륙 할 수 있도록 지정한 공유지 및 사유지를 말한다. 인천·강원·충남·경북·전남 등 6개 시·도에서 787개소를 운영 중이지만 이중 야간에 이용이 가능한 곳은 전체 10%내외로 알려졌다.

또 인계점 부근에 닥터헬기의 이착륙을 방해하는 고압선, 전신주 등이 있거나, 농어촌 지역에 위치한 인계점에는 각종 농어구나 보트 등이 장애물이 놓인 곳도 있었다. 또 야간에 닥터헬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 설치된 항공등화시설이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희 의원은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닥터헬기 인계점 안내판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아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닥터헬기 인계점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