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은 근대기 노래를 현대적 감각으로 살려 책과 함께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노래하는 예술인 최은진이 8년 만에 책으로 만든 세 번째 앨범 ‘헌법재판소: 아주까리 수첩 3001’을 펴냈다.

‘헌법재판소’는 음반으로 그치지 않는다. 음반 자체가 288쪽에 달하는 서적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근대 예술인들을 조명한 음악사적인 해설과 시대를 오가며 감각의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 리메이크한 곡들에는 원곡의 정보와 근대 음악 연구자 이준희의 해설을 곁들였다. 노래마다 이해를 돕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28편의 이야기를 골랐다.

지난 2집 ‘풍각쟁이 은진’에서는 일제 강점기 만요 13곡을 옛 정서에 맞게 되살려냈다면 이번 신보에서는 한층 전위적으로 근대 가요를 재해석했다. 앨범에는 실험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청춘 블루스’, ‘아주까리 수첩’, ‘그리운 그대’ 등 근대 가요 7곡과 ‘헌법재판소’ 등 신곡 3곡 총 10곡이 수록돼 있다.

3번 노래 ‘아주까리 수첩’에는 ‘아주까리 꽃 따는 섬’ 이야기를 접목해 노랫말에 대한 설명을 풀어냈다. 8번 ‘고향 파트 2’에는 작사가 조영출의 ‘잊을 수 없는 가요들에 대한 범죄적 위조 행위’라는 비평을 실었다.

원곡이 처음 발표되던 시대의 문화를 짐작하게 하는 수필과 철학적 소고도 곳곳에 자리했다. 월북한 근대 문학가로부터 황현산, 김인환, 윤후명 등 최은진과 가까운 문인들 그리고 시인 이우성, 조병준 등 다양한 세대의 필자들이 모였다.

최은진은 ‘읽는 음반’이라는 또 하나의 실험을 통해 세대와 문화를 넘어서는 대중성의 가능성을 실험할 계획이다. <수류산방·2만8000원>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